마늘과 경제학은 어떻게 연결될까?
음식을 소개하면서 경제 관련 글을 적었습니다. 경제학자가 언제 음식에 관한 잡학을 섭렵했는지 읽으면서 내내 신기하기만 합니다. 마늘은 우리가 가장 많이 애호하는 양념의 하나입니다. 특이한 냄새와 맛 때문에 한때 마늘을 즐기는 우리를 혐오스러운 민족 중 하나인 것처럼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지요. 우리나라를 강점한 일본인들은 나라를 빼앗긴 원인 중의 하나가 마늘 냄새를 풍기는 미개한 국민들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했다지요. 저자가 영국으로 유학을 갈 때, 영국인들도 또한 마늘을 최고의 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영국 사람들은 마늘을 좋아하는 프랑스인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저자는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들었다고 하고, 영국에 도착해서는 마늘을 먹는 것이 얼마나 터부시되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고 전합니다. 많은 영국인이 마늘 먹는 걸 야만스러운 행위 또는 적어도 주변 사람들을 수동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로 여겼다고 합니다. 영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일본인들이 고깝게 굴어도 저는 음식을 만들 때 맛이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마늘이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마늘을 음식에 넣으면 제가 원하는 맛이 항상 보장되었습니다.
저자가 책의 머리말에서 마늘을 먼저 소개하는 것은 마늘을 철천지원수처럼 생각했던 영국인들조차 일단 자기 나라 음식이 시쳇말로 ‘구리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 전 세계의 요리를 받아들일 자유의 문을 활짝 연 후에는 없는 음식이 없는 음식 천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런던에는 이제 모든 것이 다 있다고 합니다. 반면 경제학 분야는 슬프게도 다양한 경제학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며 아쉬워합니다. 경제학의 다양한 학파들은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이는 그들이 서로 다른 도덕적 가치와 정치적 입장을 지녔으며, 경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블랙홀로 빠져 들어간 경제학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메뉴의 전부가 되어버렸다는 말이었습니다. 저자는 1980년대 이후 경제학 분야는 1990년 대 이전의 영국 음식 문화처럼 되어 버렸다고 확인합니다. 결국 마늘을 얘기한 것은 마늘을 이용해서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긍정하라는 주장입니다. 마늘 같은 경제학도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럼 왜 다양한 경제학의 학파가 중요하다는 말일까요. 저자의 설명을 들어봅니다.
“경제학은 개인적이건 집단적이건 경제적 변수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다시 말해 우리 자신에 대한 규정 자체를 변화시킨다. 정체성에 대한 영향은 2가지 방향에서 일어난다. 우선 경제학은 개념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각 경제학 이론은 서로 다른 특징을 인간성의 본질로 추정한다. 따라서 그 시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경제학 이론은 동시대인들이 무엇을 가장 중요한 ‘인간의 본질’로 생각하는지에 영향을 준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 추정하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지난 몇십 년 동안 세계를 주름잡으면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루저’라고 조롱당하거나 (이기적인) 저의를 품고 있다고 의심받는다. 다시 말해 경제학은 사람들이 무엇을 정상으로 보는지, 서로를 어떤 식으로 보는지, 그런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에 영향을 준다. 경제학은 또 경제가 발달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며, 그에 따라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 우리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다.” (32~37쪽)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짐작이 되리라 믿습니다. 저자는 “내 경제학 이야기도 그 자체가 벌이 아니라 보상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골고루 재료를 고르고, 다양한 양념으로 복합적인 맛을 내서 보통보다 더 맛있는 경제학 이야기로 만들었”다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등한시되던 주제를 부각하고, (단 하나의 경제학 이론이 아니라) 다원적 경제학 이론을 사용하며, 경제 정책의 정치적(그리고 심지어 철학적) 영향을 논의하고, 현재의 경제 질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미 존재하는 대안과 새로 상상한 대안 모두-을 탐구할 것”이라고 머리말을 마칩니다.
여러분도 같이 저자가 준비한 음식을 어울려서 나누어 먹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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