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로 시작한 문화에 관한 편견 이야기
도토리는 값비싼 음식은 아닙니다. 도토리를 이베리코 돼지들에게 먹여 그 다릿살로 만든 햄이 하몬 이베리코라고 한답니다. 하몬 이베리코는 비싼 값에 팔립니다. 값싼 도토리에 관한 기존의 견해는 스페인으로 가면 달라진다며 무지나 때로는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낯선’ 문화에 부정적인 문화적 고정관념을 적용할 때가 있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려고 합니다.
저자는 도토리에서 이야기를 바꾸어 이슬람 문화에 대한 편견을 지적합니다. “이슬람이 과학적 진보나 경제 발전 같은 실용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는, 속세에서 먼 종교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면서 그러나 이슬람의 교리는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문화적 가치와 궤를 같이한다고 반박합니다. 중세에는 이슬람 문화권이 법학뿐 아니라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도 유럽보다 훨씬 더 앞서 있었고, 태어난 배경에 따라 직업 선택을 제한해서 계층 이동을 막는 카스트 또는 신분 제도가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와 두바이는 모두 이슬람 문화가 경제 발전과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예라고 합니다.
저자는 또 동아시아의 ‘경제 기적’이 근면, 절약, 교육을 강조한다고 알려진 유교 문화 덕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면서 그러나 과거 유교 문화권을 방문한 서양 사람들은 동아시아 사람들을 게으르다고 묘사하곤 했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유교 문화권에서 교육을 중시한다는 평판도 전통적으로 중요시된 교육은 관료가 되는 시험, 이른바 과거에 필요한 분야인 정치 철학과 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경제 발전에 직접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고 반론합니다.
저자는 한 사회가 주어진 문화적 재료로 무엇을 만들어 내는가는 많은 부분 선택의 문제며, 따라서 정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예로 경제 개발 초기,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의 젊은이들이 실용적인 일에 대한 편견을 가진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과학이나 공학 분야 직종을 꺼린 것을 정책을 통해 과학 및 공학 분야 학위 소지자에게 특혜를 베풀어 충분한 수를 확보하고 적극적인 공공 정책을 통해 산업화를 도모해 그들에게 만족할 만한 일자리들을 만들어 냈던 사실을 알려줍니다. 유교 국가들이 세계 최고의 저축률을 보인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절약 정신이 이 나라들의 문화 특징인 것처럼 말들 했지만 이는 틀린 이야기라는 것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개인의 경제적 행동과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데서 문화는 정책에 비해 그 영향력이 훨씬 약하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저는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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