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글 그림. 김서령 옮김. 시공사 3

무주이장 2023. 6. 16. 12:23

 사무실에서 마주 보이는 밭에는 콩을 심었습니다. 매일 건너다보면 새들이 땅을 헤집고 심은 콩을 파먹고 있습니다. 원래 콩은 3개를 심는다고 합니다. 하나는 새들이 먹고, 하나는 땅속의 벌레가 먹고 나머지 하나는 농부가 먹기 위해서 그런다고 하지만 콩밭 주인은 새를 쫓느라 목소리가 갈라집니다. 아침 풍경입니다. 밭주인 입장에선 새들이 토끼처럼 여행하는 놈으로 보여 얄미운 겁니다. 오후에도 주인이 없으면 새들은 어김없이 방문합니다. 싹이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콩을 먹기 위해서지요.

제 사무실 맞은 편 콩을 심은 밭입니다. 사진 속에는 새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새들이 고양이 뒤집어쓴 듯 태연합니다. 새를 나무라는 것이 옳은 지는 생각해 봅시다. 이야기가 잠깐 샜습니다. 내 양 떼에게 돌아갑시다.

 

 호박을 키우면 머릿속에 한가득 있든 귀뚜라미들이 사라집니다. 누군가 내 앞에서 주전자를 두들겨도, 파란 질문에 초록 대답을 하는 황당함이 닥쳐도, 수박 속에서 끌어내려고 해도, 창고 속 문어가 된 기분이 되어도 밭에서 자라는 호박을 보면 신의 가호와 더불어 당신의 콧수염이 불쏘시개처럼 자라나는 현장을 보게 됩니다. 씨가 싹이 되고 순이 나고 애호박이 되었다가 누런 호박으로 되는 것이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호수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농사일은 사실 기계나 화학물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피라니아가 가득한 강물에서 악어가 배를 내놓고 수영을 하는 위험한 일이 거의 없습니다. 기계에 다치고, 농약에 중독되고알면서도 피치 못해 기계와 화학물질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명처럼 들리지요.

 

 농사일은 자랑을 하고 싶습니다. 아는 척을 해도 사실 내 오두막은 벼랑 끝에 있습니다. 어쩌면 아는 척을 하는 짓은 맨발로 뱀 쓰다듬기 같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빈 양동이 물이 더 튀는 법. 말이 많으면 구업을 지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혹시라도 가재가 어디서 겨울을 나는지 알려줄 게”라는 말을 들으면 긴장해야 합니다. 어떤 실수를 했지? 곰곰이 둘러봐야 합니다. 말을 하면서 춤추는 곰이 되었지만 펠리컨 반쪽이 바람에 날릴 때면 금방 후회할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포도알은 서로 바라볼수록 까매지듯 아는 척도 정도껏 선의로만 해야 하겠습니다. 당신의 머리 다림질은 이제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려도 우체통이 제 턱수염을 붙잡는 경우가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제 곡예단도 아니고 제 원숭이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인데 책 한 권 읽고 이렇게 말이 길어졌습니다.

 

 네 간을 먹어버릴 테야 책에게 말을 건넵니다. 우체부 양말처럼 남김없이 책을 대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책은 책일 뿐이고 바다는 그저 바라보는 것이지요. 책이 아무리 많은 것을 알려줘도 호박 줄기 속에 물이 어떻게 흘러들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아니! 임신한 말이라니”라고 깜놀 할 때도 있겠지만 꽃 한 송이가 봄을 부르는 것이 아니고, 제비 한 마리가 여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듯 책 한 권에 일희일비할 일도 아닙니다. 그래도 책은 잘 읽어야 합니다. 오독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게 할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책에서 소개한 여러 나라의 마음을 번역한 말들로 글을 이어봤습니다. 시험을 위해 노트를 정리하듯 한 것입니다. 시험문제가 제가 잘못 정리한 곳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