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아니라 말하는 자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사례 참고 방법
독일에서 나치가 집권하고, 다시 2차 대전을 일으키고, 독일 국민과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은 것은 누구 때문이고, 왜 이런 무서운 일이 일어났는가를 설명하는 책이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다. 저자는 성실하게 쓴 책을 마무리하면서 “독일 국민과 정치인들은 트레블링카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바비 야르 학살이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 마지막 몇 달 동안 이뤄진 죽음의 행진을 1933년에 상상할 수 없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순진해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도통 몰랐기 때문에 끔찍한 비극이 벌어졌다. 나중에 태어난 우리에게는 당시 독일인보다 유리한 점이 한 가지 있다. 그들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끝을 맺는다.
그러나 저자의 끝맺음 말은 힘이 없다. 오늘도 러시아는 그들의 신화를 기치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우크라이나는 국민들에게 또 다른 그들의 신화를 무기로 반격을 시작한다. 그들의 신화들은 각색되어 중국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전해진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는 가설이 확정되고 편을 가른다. 같이 편을 먹으면 적을 봉쇄하고 우방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편을 먹는 그들이 늘 같은 생각으로 뭉친 것은 아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앞에서 때론 뒤에서, 막전과 막후 협상 테이블은 늘 분주히 돌아간다. 독일의 우파 정치인들이 히틀러를 고용해서 이용하다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 도리어 히틀러에게 역공을 당해 전체주의 일당독재의 국가에서 죽거나 전전긍긍 목숨을 부지했다.
국제정치무대에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자국 내 정세, 자국 내 경제상황에 따라 으르렁대면서도 협조를 하고 거래도 한다. 미국이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값싼 중국의 물건이 필요하고, 중국은 선진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 미국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기술은 주지 않고 값싼 물건만 받으려 한다. 미국의 요구에 중국이 반발 못하도록 주변국을 모아 힘으로 고립시키면 된다고 미국은 믿는다. 그런데 미국이 옛날과 같지 않다. 미국의 밀착압박전략이 곳곳에서 핫바지 바람 새듯 헐렁하다. 그래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만만한 동맹국에게 요구한다. “우리 물건 안 사는 중국에게 너네 물건 팔면 재미없다” 집구석 꼴이 그래서 그런지, 형님 바로 밑 ‘넘버 투’도 어깨에 힘이 바짝 들었다. “시바~ 후쿠시마 모아둔 물 좀 방류할 게”
독일의 우파들이 히틀러를 고용하여 이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히틀러가 총을 들자 모두 고개를 숙였다. 피고용인이 고용인을 말살했다. 히틀러를 고용했다던 정치인들은 좌파 민주주의 정권을 물리치고 우파 정권을 만들었다며 볼썽사나운 자위행위를 하며 목이 메게 정신승리를 불렀다. ‘가치와 이익, 자유와 법치, 민족과 민주’는 단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 입에서 나오는지, 말하는 자의 행위를 보면서 개념을 파악해야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교훈이고, 저자가 말하는 ‘사례 참고’의 핵심 요소다.
사족: 책은 서장과 마지막 장의 마지막 절에 요약이 되어 있다. 물론 이 내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의 내용들을 보는 것이 좋겠지만, 이런 책을 읽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이라면 그 부분만 보시면 되겠다. 미래를 보는 시야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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