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2일 대한민국 속초, 강원도의 힘.
강원도는 수도권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공기 좋고 물 좋고 경관 좋은 곳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으니 특히 성수기에는 숙소를 잡기가 까다롭습니다. 경관이 좋아 오션 뷰(ocean view)라도 확보된 숙소는 너무 비쌉니다. 호객행위를 하는 숙소는 싸다고 해서 가서 보면 너무 더러워 돌아 나오기 일쑤입니다. 싼 오피스텔이라도 있으면 하나쯤 장만하고 세컨드 하우스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보통은 생각으로 그치는데, 제가 아는 분이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시는 현장을 동행했습니다.
속초는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입니다. 무슨 건물인가 확인하니 호텔도 있고, 생활형 주택이라고 현장을 소개하는 알림판도 현장 가설벽에 붙어 있습니다. 공사 현장 바로 옆에는 준공된 지 2년 지난 건물에 ‘회사 보유분 분양 중’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바닷가에서도 보이게 높이 건물벽에 걸려 있습니다. 바로 옆 건물도 분양이 되지 않는데, 이렇게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겠지요. 이미 PF대출은 받았고, 공사를 시작하고, 분양을 하지 않으면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낭떠러지 앞에서 떠밀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 제 눈에는 보였습니다.
매도인은 여러 채의 생활형 주택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증금 얼마에 월세 얼마를 받지만 그 돈으로는 대출원리금 상환을 충분히 할 수 없어 2년 전 분양받은 가격에서 약 3천만 원 남짓 가격을 내려 매도를 합니다.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잔금 중 대부분을 새마을금고 계좌로 송금하여 대출금을 상환합니다. 남은 잔금 조금을 매도인 통장으로 이전하며 소유권이전 서류를 받아 법무사에게 전달합니다. 법무사는 서류를 확인하며 매도인이 손해 보고 판다는 말을 할 때마다 대출금을 견딜 수 있으면, 부동산을 가지고 계시라며 다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듣기에 거북한 제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가지고 계신 집을 법무사님에게도 하나 파시죠.” 제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 분명히 망할 겁니다.
매매계약을 끝내고, 거래된 집을 보러 갔습니다. 전용면적이 채 8평이 되지 않는 공간을 확장한 집입니다. 빌트인 냉장고와 드럼 세탁기가 설치되어 있고, 화장실 하나와 중간에 벽으로 반을 갈라 두 개의 공간을 만들어 침실과 구분했습니다. 확장을 하여 베란다가 없어져 보일러실이 방 안에 있는 모양이 되어 불완전 연소된 가스가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불안해 보였습니다. 공간을 늘리기 위하여 안전을 무시하는 행태가 여기도 그대로 보였습니다.
중개인이 수수료 영수증을 주지 않길래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걸어 영수증을 요구했습니다. 그랬더니 부가세를 주면 현금영수증을 끊어 주겠다고 합니다. 사무실에서 중개수수료를 지급할 때 영수증을 발급할 것인가 물어보았으면 오해가 없었을 텐데, 영수증 얘기는 피하는 듯한 모습에 오해를 한 제가 받은 돈을 나누어 부가세를 계산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니 갑자기 전화기를 통한 그의 목소리가 흥분을 합니다.
“지금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깎자는 말입니까? 가뜩이나 요즘 부동산업을 하기가 어려운데 이건 너무 지나친 요구가 아닙니까?” 제가 중개수수료에 부가세 별도라고 얘기하신 적이 없지 않으냐고 따지니 계약서에 명기가 되었다고 중개인이 설명을 합니다. 계약서를 확인하니 그의 말이 맞았습니다. 미안하다고 하고 중개인에게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흥분한 중개인에게 “모르고 그랬는데 너무 갑자기 흥분을 하시니 당황했습니다”라고 하니 부동산이 요즘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면서 부가세를 핑계로 중개수수료를 깎으려는 줄 알고 순간 흥분했다고 중개인도 사과를 했습니다
한문도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도 부동산 시장을 직접 확인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번에 속초에서 집을 거래하면서 실패한 투자자, 어려운 시장에서도 불굴의 투지로 건설에 매진하는 건설업체, 회사 보유분 보다 싼 매물을 보유한 부동산 중개인, 어려운 거래를 성사했음에도 중개수수료 영수증 발급 요구에 선입견을 갖고 발끈하는 중개인을 만났습니다. 집을 산 분은 싸게 샀다는 기쁨도 잠시 이 집이 다시 가격하락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지가 떨어져 봤자 얼마나 더 떨어지겠어” 혼잣말을 차 안에서 하였습니다.
나이가 드니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물회가 매웠습니다. 맵지 않은 강원도의 물회가 그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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