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글 그림. 김서령 옮김. 시공사 2

무주이장 2023. 6. 16. 12:12

호박 구덩이마다 호박이 자라는 것이 다릅니다.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 자란 놈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렇게 더디 자라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성장이 더딘 녀석을 보면 바퀴벌레가 찾아온 듯 우울하고 미안해집니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흙도 북돋우고, 퇴비나 비료도 신경 써야 하겠습니다. 나이가 들어 수영하며 물먹기처럼 일을 못하지만 한 가지 일에 한정해 집중하면 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비록 테이블보로는 너무 작고 냅킨으로는 너무 큰 듯 일의 매조지가 엉성해도 작물은 약간의 정성에도 쉬이 감사하듯 대답하며 잘 자랍니다. 농사일은 말이면 말, 호랑이면 호랑이처럼 하면 됩니다. 한 번만 하면 모르는 일도 쉽게 배우고, 배운 걸 실천하면서 실력도 늡니다. 약간의 정성과 열심이면 떠돌이 난파선 같은 밭을 면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풀만 잘 잡으면 저는 돼지 등에 올라타게 되지요. 분무기 두 통을 쳤습니다. 더 더워지기 전에 한 낮 태양 아래 새우 양동이처럼 사라져야지요. 땀투성이로 차에 오릅니다.

 

  밭의 풀을 관리하는데 가장 어려운 시기는 한 여름 장마철입니다. 비가 오면 밭에 가기에 땅이 물러 적절하지 않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이라지요. 내 눈동자는 나만 따라다니니까요. 아무리 늑대 아가리로 돌진하여도 풀들은 다음 날이면 독사 대가리 쳐들 듯 기세 좋게 또 자랍니다. “제발 늑대야, 죽어버려!” 외쳐도 풀은 들은 채도 않습니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 어떤 날은 꿀, 어떤 날은 양파입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듯이 풀이 많으면 호박은 풀숲에 숨어 손을 덜 타고, 호박이 예쁜 자태를 보이면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호박도 어린 시절이 있어 애호박은 너무 예뻐 손을 타기 십상입니다.

 

  제가 처음부터 제초제를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많이 자라 키가 큰 풀은 제초제 효과도 반감이 되는 것이 경험입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낫질을 하지요. 물 길으러 떠난 사람이 항아리도 깰 수 있는 법처럼 낫질 중에 옆에 붙은 밭에 전기를 사용하기 위하여 바닥에 늘어뜨린 전기선도 잘라먹었습니다. 이거 보상해야 합니다. 아무리 제 밭에 허락 없이 설치한 전기선이라도 남의 재산이니까요. 낫질 이거 생각보다 힘듭니다. 낫질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제초제에 기대기 시작했다는 변명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