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금융위기. 최용식 지음. 도서출판 새빛 간행 5

무주이장 2023. 6. 8. 12:10

수요의 시간이동과 수요의 공동화

 

  세상에는 주로 현재 소득에 의해 소비가 이뤄지는 재화도 존재하고, 과거부터 축적한 소득에 의해 소비가 주로 이뤄지는 재화도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후자가 금융위기의 발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곤 한다. 후자의 대표적인 재화로는 부동산과 주식 등을 꼽을 수 있다. 경기가 호조이거나 통화량이 늘어날 경우에 일반 재화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반응하여 약간의 시차를 두고 곧바로 상승하지만,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재화는 그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지체하여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기가 호조를 지속하여 소득이 비교적 장기간 증가해야 저축이 충분히 이뤄지고, 그래야 이 재화들의 수요는 비로소 본격적으로 일어나며 이때에 이르러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그친다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뒤늦게 일어난 이 재화들의 가격상승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빠른 속도를 내면서 병리적 현상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로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설명을 계속합니다.

 

  주택수요는 저축이 충분히 이뤄져야 일어나므로, 주택가격은 상당한 세월이 흘러야 비로소 상승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그 주기가 10년 안팎이다. 10년 정도는 저축해야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투기 열풍은 1967년 전후, 1977년 전후, 1987년 전후, 1995년 전후, 2006년 전후, 2020년 전후 등 발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제가 건설회사에서 듣고 배운 것도 건설업 경기 주기설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결국은 저축, 돈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확인을 합니다. 돈 이것 정말 중요한 문제군요). 주택 가격의 상승은 일반물가의 상승이 이미 일어난 다음에 뒤늦게 시작하는 만큼 짧은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지면, 2년이나 3, 더 저축해야 집을 살 능력이 생기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유혹을 일으킨다. 무리하게 많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유혹이 그것이다. 가격이 폭등하고 나면 2~3년 더 저축하더라도 집을 살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많은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은 미래의 수요가 현재로 이동해 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 나타나야 할 수요가 이처럼 현재로 이동해 오면 부동산의 수요는 배가되고, 그 가격은 폭등한다. 부동산 투기열풍과 거품은 이렇게 일어난다. 이런 투기열풍과 거품은 언제까지나 유지될 수는 없다. 미래 수요가 현재에 이동해 왔으므로, 미래의 어느 시점에 가면 수요가 이동해 간 시기가 반드시 닥치고, 이 경우에는 수요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 가격은 장기간 정체하거나 급락한다. 더 먼 미래의 수요가 계속 이동해 온다면 가격하락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것 역시 지속가능성은 없다. 현재 수요와 미래 수요가 합쳐지는 경우에 비로소 폭등한 가격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현상은 부동산에만 국한하여 일어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동시에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며, 이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금융위기가 발생하곤 한다” (145~151)

 

 저자의 설명은 경제학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 원리를 들으면 부동산은 실수요자만으로는 가격이 계속 상승되지 않는다며 투자수요가 있어야 가격상승이 일어난다는 부동산 전문가의 말도 이해가 됩니다.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한도가 증액된 것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 것도, 임대인에게 전세금반환을 위한 돈을 무한정 저리로 대출해 준다면 식어가는 부동산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도 이해가 됩니다. 결국 돈 문제인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저자는 재화들 사이에 나타나는 가격변동에 대한 반응의 민감성과 속도의 차이 그리고 수요의 시간이동과 공동화 문제는 신용파괴원리의 작동을 일으킨다고 설명합니다. 과학적인 원리라고 강조합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