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파괴원리의 작동
저자는 신용파괴원리란 용어는 ‘신용창조원리’가 반대로 작동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신용창조하면 승수효과라는 말이 뒤따릅니다. 돈을 풀면 약 30배의 돈이 풀리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지요. 30배는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1997년 당시 승수효과가 그랬다는 말입니다.
저자의 설명은 1998년 IMF사태의 원인분석으로 이어집니다. “1997년 초에 한보라는 재벌그룹이 파산지경에 이르자 실제로 신용의 파괴가 일어났다. 당시 경제상황은 한보 부도사태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경상수지가 1996년에 23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것은 국내총생산의 4.7%에 이르는 규모로서 그만큼의 국내소득이 해외로 이전되는 효과를 나타냈다. 그리고 국내소득의 해외이전은 국내수요의 위축으로 나타났다.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하여 그만큼의 해외소득이 국내에 이전되었지만,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국내소득의 해외이전 효과를 상쇄하지 못했다. 외국자본의 도입은 간접적으로 소득을 증가시키지만, 경상수지 적자는 직접적으로 소득을 감소시키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외국자본의 도입은 점점 어려워졌다. 그래서 국내경기는 1996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후퇴를 시작했고, 기업 경영수지도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결국 재무구조가 취약했던 한보가 먼저 부도를 당했다.
한보 부도는 부실채권 약 6조 6천억 원을 금융기관에 안겼으며, 이것은 금융기관에 대손충당금을 새로 쌓고 낮아진 자기자본비율도 다시 높이도록 압박했다. 이게 금융기관의 추가적인 대출과 투자를 어렵게 만들었다. 오히려 대출과 투자를 회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 여파는 경제 전반에 걸쳐 극심한 자금 경색을 초래했다. 금융기관의 추가 대출은 물론이고 회사채의 발행까지 어려워졌다. 그러자 기업들은 사채시장으로 몰려갔고 금리가 폭등했다. 자금수요가 갑자기 커진 사채업자들은 은행 등의 금융기관에서 예금을 인출하여 자금을 조달했다. 이처럼 예금인출이 점점 많아지자 은행 등의 금융기관은 자기자본비율을 확충해야 했다. 이것이 다시 대출과 투자를 추가로 축소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여 악순환을 일으켰다” 이것이 신용파괴원리가 작동한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당시 신용승수 30배를 적용하면 “한보 부실채권 6.6조 원은 그 30배인 200조 원에 달합니다. 그 결과로 중소기업은 3만여 개나 도산했으며 삼미, 대농, 진로, 해태, 나산, 한신, 기아 등의 재벌들까지 줄줄이 무너졌”습니다. (152~158쪽)
이제 저자의 용어는 모두 이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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