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시사IN 819호. 6년 만에 부활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 [포토IN]. 신선영 기자

무주이장 2023. 5. 25. 14:51

  "5월 16일 오후 2시 정각, 정부서울청사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준비된 훈련 시나리오에 따라 안전모를 쓴 공무원들이 계단을 통해 지하로 대피했다. 사이렌이 울리기 전 엘리베이터로 미리 내려와 있는 이들도 있었다."

 

  사람이란 게 환경이 변하면 즉시 적응을 해야 하는데, 타성에 젖어 세상이 변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하물며 나같이 게으르다 보면 더욱 그렇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서 욕을 먹으면서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정책이 혼란스러웠다. 문재인 정부시절 볼 수 없었던 모습이어서 적응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돌이켜보면 이 한 몸 죽어 나라가 바로 선다면이라는 일념으로 목숨마저 초개같이 버릴 결심을 했던 시절을 살았다. 비록 특전사령관의 별명이 돼지사령관(잔반으로 사병용 돼지고기를 공급하겠다고 했던 사령관은 이임을 하면서 돼지를 판 돈을 갖고 튀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란다)이어도 우리는 이 한 몸 바쳐 나라를 구하고자 했다. 일주일 안에 내려오라는 국가의 부름에 황망히 승용차 꼭대기와 화물차에 빽빽하게 물건을 싣고 내려왔던 개성공단입주회사의 사장과 종업원들은  국가의 부름에 공산당이 싫어요말하며 남겨진 기계와 자재를 잊었다. 이제 백척간두에 선 국가를 구하기 위하여 한미일이 자유민주주의 삼각동맹을 맺고 충혈된 붉은 눈과 이마빡에 뿔을 가진 북괴와 중공 소련의 공산주의 괴뢰도당에 맞서기로 한 윤석열정부는 국민들이 총화단결하고 적들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하여 공습 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우리가 잊은 반공과 멸공이 6년만(사실 재난대비 훈련을 제외하면 6년 이상이다)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북한 공산당 치하의 기업은 이미 구했으니, 이제는 중공과 소련에 있는 우리 기업들을 구할 차례다. 그대들은 국가의 시책에 따라 남부여대하여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준엄한 국가의 명령에 따를 준비를 하라.

 

 국가가 우선인 생각을 우리는 국가주의라고 부른다. 국가주의 속 국민의 목숨과 재산은 초개와 같고 먼지와 같다. 아~ 지긋지긋한 이념의 시대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없진 않지만 국방부 시계는 그래도 돌아가더라는 경험이 있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시사인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