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친화적인 ‘환경’
저자는 세계보건기구가 실시한 전반적인 노화에 관한 연구를 인용하면서 치매 환자를 바르게 이해하면 모든 사람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노인들이 공식적, 비공식적인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능력이 활동의 제공뿐만 아니라 교통과 시설에 대한 좋은 접근성, 활동에 대한 정보 획득에 달려있다고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도 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매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환자에게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고 강하게 주장한 것입니다.
병원과 쇼핑몰을 만들 때 설계 단계부터 치매 환자가 참여해 치매 환자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만드는 것부터 집을 개조하는 것 등 치매 환자에게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소개하고, 정리정돈이 치매 환자에게 더 편안한 환경을 만드는 간단한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환자가 집을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잠금장치를 하는 것보다는 현관문 위에 커튼을 다는 것도 해결책이라고 정보를 제공합니다. 규모가 작은 요양원에서는 가족들이 방문객이라기보다는 구성원 대우를 받으며 식사 시간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보고했고 이런 방침은 가족이 입소자를 더 자주 방문하도록 촉진시켰다는 2020년 리버풀대학교 보고서도 소개합니다. 거주지를 옮기려고 거주 시설을 알아보거나 치매 환자 또는 간병인을 위해 하루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며 단기 돌봄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어머니가 계셨고, 장모님이 오랫동안 신세 졌던 요양병원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휴일이 되어 병원을 방문하고, 휠체어를 태워 근처 식당에 가서 음식을 같이 나누던 즐거움은 간병인이 흘리듯 내뱉은 말에 주춤거렸습니다. “똥은 누가 치우는데…” “병원에서도 밥은 잘 드세요”(너무 많이 먹이지 마세요라는 말의 다른 버전입니다) 6인실의 병실, 식사시간을 지켜보면 간병인은 혼자 드실 수 없는 환자에게 몇 숟갈의 밥을 떠서 먹이고(밥이 얼마 남았든 무신경입니다), 뭔가 음식이 성에 차지 않아 거부하는 환자의 밥은 비우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도 시간이 지나면 치워버립니다. 환자를 돌보라는 사람이 환자를 돌보는 시늉만 하고 자기의 일거리를 줄이기에 골몰합니다. 그걸 뻔히 보고 어머니가, 장모님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져갔던 가족이 느끼는 황망함은 무력감으로 변합니다. 볼모로 잡힌 가족을 구출할 수 없는 무력감입니다.
저자는 여러 번 주장했다고 합니다.
“나는 치매 환자가 될 수 있는 대로 오랫동안 자기 집에 머물면서 독립적으로 생활해야 한다.” (162쪽) 치매 환자라고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놀라움은 저에게는 지적 충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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