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소중한 ‘의사소통’
“의사소통 수단 중에서 언어의 비율은 7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55퍼센트는 몸짓이고, 38퍼센트는 목소리 톤이다.” (99쪽)
치매 환자가 더 이상 대화를 주고받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가 그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정말 슬프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답답한 마음은 간병인에게만 있는 게 아닌 것입니다. 환자도 답답하고,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간병인이 대화를 포기하는 태도에 슬픔을 느낀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어머니의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되는 것을 말의 주어와 술어를 따지고 숨은 목적어를 찾아 미로를 헤매며 머뭇거리고 대화를 중단했던 제 모습이 어머니에게 슬픔을 주었다는 말이니까요. 저는 몰랐습니다.
저자는 치매 후기까지 진행된 환자들이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더 이상을 말을 할 수 없을 때 정말 어떤 느낌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가장 사랑하는 두 딸이 내가 아주 잘 아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를 어루만지며 내 옆에 있어주리라 생각하고 싶다. 그러면 그들은 비록 나의 언어 능력은 사라져도 그로 인해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하는 바람을 적습니다.
저자가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내 생각을 글로 적을 때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생기는 좌절감이 없었다. 키보드에서는 어떤 표현을 찾느라 주저하는 일도 없었다.” (107쪽) 우리는 그렇게 키보드에서 자유롭게 춤추었던 손가락 때문에 그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조언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분야의 연구들 중에 아주 많은 부분이 기능하지 못하는 내 뇌에서 이 부분이 여전히 기능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연구는 거의 없다. 아무도 나에게 설명해주지 못한다. 아마 전문가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처음부터 더 집중했다면, 우리의 삶은 진단 시점부터 훨씬 희망적일 것이다. 흔히 전문가들이 주로 보는 환자가 후기 환자들이기 때문에, 초기 환자를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느낀다. 많은 전문가가 이런 지식 부족 때문에 치매 환자에 대하여 그릇된 판단을 내리며, 이는 진단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110~111쪽) 아쉬움을 표합니다. “왜 그들은 우리가 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닌 할 수 없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가?” (122쪽)
저는 어머니의 왜곡과 불능을 보았지 가능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머니를 진단한 의사의 말에 쉽게 동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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