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인 '치매' 이야기가 아닌 치매를 앓는 ‘사람’ 이야기
아내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얻기 위하여 학원을 다니기로 한 것은 자기 비용이 하나도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동네 아는 분들과 함께 등록을 하더니 우수한 성적으로 자격증을 먹었습니다. 국가 자격증이란 것을 학원이 먹고사는 방편쯤 알고 있는 저는 아내의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의 존재를 곧 잊었습니다.
‘치매 환자가 들려주는 치매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입니다. 치매 환자가 쓴 책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어떻게 만들어졌다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이미 알았던 단어조차 잃어버려 자기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질병이 치매라고 알았는데, 치매 환자가 글을 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의 생각은 분명하고 확실했습니다. 183쪽에 나옵니다.
“문제는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사람들이 그 사람이 아니라 질병 만을 본다는 것이다,”
저의 어머니는 섬망을 보이시다 결국은 치매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치매 증상이 시간이 가면서 확실해졌지만 그보다는 다른 치명적인 질병이 있어 어머니의 치매에 많은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훨씬 전 어머니가 저에게 했던 믿지 못할 말들이 기억났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치매 초기 증상이 있었지만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니의 황당한 말에 놀라고 화내고 미워했습니다. 질병을 모르고 사람을 미워했으니 돌이켜보면 참 부끄럽습니다. ‘치매를 앓는 사람’을 보았으면 제 말과 태도가 달라졌겠지요. 나이가 들면서 주위에 치매를 앓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게 됩니다. 스스로의 삶을 타인에게 맡기고 주체성을 잃어버린 채 간병하는 가족들을 똘똘 말아 같이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뜨린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제발 다른 병은 몰라도 치매만큼은 아니길 기도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전히 어렵고 고통스러운 병이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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