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김성호 전 기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이 단지 하루 세끼의 밥이라면 뭔가 삶에서 빠진 것이 있어 허전하고 공허할 것입니다. 세끼 밥 말고도 따로 챙길 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경제적 여유를 찾아 오늘도 밤을 새워 일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남의 돈을 사기 쳐서 벌 생각을 하는 부정적이거나 범죄가 되는 것은 빼고 말하는 것입니다. 문화생활에 가치를 두는 경우도 많지요. 집안을 예쁘게 꾸미고 여행을 가고 좋은 차를 타는 등 세끼 밥 말고 욕망하는 것이 많습니다.
저자는 선택을 크게 나누어 두 가지를 말합니다. 하나는 가치를 좇는 선택, 다른 하나는 이익을 좇는 선택이라고 말이죠. 저자는 가치를 좇는 선택을 통해 일상을 유지하는 이익을 취하려고 했지만 일상을 유지하려는 이익을 취하려면 가치를 좇는 선택이 압박을 받아야만 하는 일상이 괴로웠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기자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결국에는 기자라는 직업을 그만둡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일상의 이익을 위한 선택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세끼 밥 외에도 차도 집도 여행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평생을 통해 해야 할 일인 직업의 본질을 놓치면 직업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군인이 보신의 길을 택하면 전쟁터에서 도망을 갑니다. 자신이 지켜야 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적의 손에 쉽게 넘어가게 되겠지요. 군인이 되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기자가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사실상 정치활동의 일환으로 거짓 기사를 쓴다면 그는 정당으로 자리를 옮겨야 합니다. 기자를 하면 안 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유기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한 나라에서만이 아니라 세계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고 있다고도 합니다. ‘글로벌 지구촌’이지요. 멀리 갈 필요 없습니다. 아이들을 낳지 않으니, 아이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소아과 의사가 되려 하지 않습니다. 소아과 의사가 없으니 병원에서 소아과를 폐쇄하고요. 아이를 가진 부모는 병이 든 아이를 데리고 하루 온종일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치료를 구걸하다시피 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유기체라고 해도 되겠지요. 아이를 사랑하고 병든 아이를 고치고 싶다는 가치를 따라 소아과를 택했던 의사들이 이익의 선택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의사들은 이익도 가치도 선택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제가 이런 소식을 알게 된 것은 시사인의 기사를 통해서입니다. 김연희 기자의 기사를 읽은 덕분에 알게 된 것입니다.
유기체에서 태어나 제가 태어난 몸뚱이를 생각 않고 저 혼자 무제한으로 증식하는 세포는 태어난 제 몸뚱이를 죽이고 자기도 죽습니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알기에 암세포와 같은 사건이나 사고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도록 기자라는 직업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살길 찾느라 정신이 없을 때 “여기 이런 사건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사건 사고의 의미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문제를 만들고 그러면 우리 미래는 어떤 지경에 빠질지 알려드립니다”라는 기자의 경고를 경청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기자가 우리는 여기저기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광고란을 비운 채 신문을 발행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고문으로 죽은 학생을 기사화하기 위한 과정을 영화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기자들이 사라졌습니다. 기자 대신 회사원들이 뭐라고 얘기하는데 그들의 말과 글들이 조잡합니다. 정치인의 말은 누구 편인지 분명하기라도 하지만 회사원들은 자신은 중립이고 누구 편도 아니라고 하면서 편을 듭니다. 편을 들 땐 들더라도 사실만을 얘기하면 들어주기나 하겠는데, 제 선입견을 얘기하고 거짓을 말합니다. 글을 배운 흉내를 낸다며 엉뚱하고 근거 없는 숫자를 들이댑니다. 숫자가 들어가면 글의 신뢰감이 높아진다는 글짓기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지만 글의 힘은 사실에 있다는 원칙은 놓친 것이지요. 글이 자꾸 길어지는 것이 저도 할 말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서글픔을 가진 기자를 놓쳤다는 아쉬움에 억울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 책을 통하여 고민하는 기자의 모습을 본 것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습니다.
백수가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검색하지 않았지만 글에 진심이 넘치는 것으로 보아 글쟁이로 성공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가치를 좇는 삶에서 이익도 얻으시고 그로 인한 비범함이 빛을 발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성호 기자를 기자로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마음으로 미안함을 전합니다. 희망을 가져봅니다. 희망은 있다고 믿고 나아갈 때 만나는 것이라면서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매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름 모를 나무는 철망을 휘어놓고. 안희제 작가. 시사인 817호 (0) | 2023.05.18 |
---|---|
코리아 체스판. 남문희 지음. 푸블리우스 간행 1 (0) | 2023.05.15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지음. 포르체 간행 8 (1) | 2023.05.13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지음. 포르체 간행 7 (0) | 2023.05.13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지음. 포르체 간행 6 (0) | 2023.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