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홈 스위트 홈. 최진영 4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사상

무주이장 2023. 4. 18. 17:07

홈 스위트 홈. 최진영 4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사상

 

 넌 꿈이 뭐니?” 고등학교 시절 “Boys be ambitious.”라는 문구를 배우고 나서 친구들은 서로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영어에서 배운 앰비셔스가 우리말로 풀면 야망이라고 합니다. 야망, 이거 대단한 단어로 들리지 않으십니까?

난 농부가 되고 싶어.” 나의 대답에 친구들은 그건 야망이 아니라고 대꾸하고는 더 이상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야망은 농부 이상의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막연히 생각들 한 탓이겠지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걱정을 많이 한 기억이 납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할 능력이 마치 지금 다니는 직장과 동일한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직장을 쫓겨나면 모든 것이 박살이 날 것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아내와 아이들의 조그만 요청이었던 주말의 놀이조차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직장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직장은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생각했고, 직장에서의 상사는 나의 모든 생활을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으로 믿었습니다. 아니 최소한 좋은 일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나를 나쁜 상황에 빠뜨릴 능력은 있다고 믿고 겁을 냈습니다. 겁에 질린 남편과 아버지는 가정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항상 겁에 질려 직장에 목을 매고 있었던 저는 아마도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주변의 권유에 따라 연명치료를 거부하지 못한 채 남은 생의 마지막조차 병실에 갇혀 살아야 하는 환자와 같이 무기력하기만 했습니다. 그러기에 주인공이 나는 선택하고 싶었다. 나의 미래를. 나의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살아 있다는 감각에 충실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치료는 그런 것이었다.”라며 치료를 중단하고 폐가를 고치기 시작하는 모습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그럴 수 있겠구나.” 공감을 했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쉽진 않습니다. “폭우의 빗방울 하나. 폭설의 눈 한 송이, 해변의 모래알 하나.” 그 존재를 유심히 볼 수 없었던 삶이 있듯이, 아내와 아이들마저 멀찍이 떨어뜨려 놓았던 삶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히 출세한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주인공이 새로 고친 집에서 미래를 계획하고 전과는 다른 것을 보면서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 기도 속에서 나의 기도도 수납되면 좋겠습니다.

 

 홈 스위트 홈,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노래가 흘러나오는 그런 집에서 저도 살고 싶습니다. 기왕이면 직업은 농부면 더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