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매너티, 바다소의 기원: 페조시렌
인어 전설 중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기원전 2300년 무렵의 아시리아에서 나왔다. 아타르가티스 여신은 자신이 사랑했던 목동을 실수로 죽이고, 속죄의 의미로 인어가 되었다. 호메로스가 기원전 8세기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오딧세이’에서는 물고기의 몸을 한 신화 속 여성인 세이렌siren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홀려서 바다 위에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런 모든 전설에는 기반이 되는 사실이 있긴 있을까? 다수의 동물학자가 지적하는 동물은 매너티(서반구의 얕은 바다에서 주로 발견된다), 듀공(인도양에서 주로 발견된다), 그 밖의 친척들로 구성되는 해양 포유류의 한 목인 바다소목Sirenia(신화 속 세이렌에서 딴 이름이다). 듀공과 매너티는 배나 수면의 다른 물체를 관찰하고 싶으면 물 위로 머리를 내놓고 몸을 수직으로 세운다. 바다소 종류는 모두 한 쌍의 젖가슴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인간의 가슴처럼 보일 수도 있고, 바다소가 새끼를 돌보는 자세가 인간 여성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지독히 못생긴 동물을 어떻게 아리따운 여자로 잘못 볼 수 있을까? 매너티의 이마에 걸쳐진 물풀 가닥은 머리카락과 비슷해서 아주 멀리서 보면(특히 수면이 반짝이는 광활한 대양에서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여자를 보았다고 착각하기가 어렵지 않다(오랫동안 육지와 여자를 보지 못했던 선원들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매너티와 듀공이 포획되고, 자세히 조사한 결과, 이들은 전설 속 인어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해부학적 특징을 처음 조사했던 자연학자들은 이들을 고래로 분류했지만, 린네는 최초로 이들을 코끼리와 매머드와 마스토돈을 포함하는 무리인 장비목(長鼻目)으로 분류했다. 해부학과 분자생물학에서 나온 증거는 바다소류가 5000만 년 전에 장비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했다. 화석 기록은 어떻게 나타날까? 최초로 연구된 바다소는 가장 원시적인 종류였다. 영국의 해부학자인 리처드 오언 경은 이상한 두개골 하나를 기재했다. 오언은 이 화석 두개골을 프로라스토무스 시레노이데스라고 명명했다. 해가 갈수록 대서양과 태평양 연안 지역과 한때 바다가 침범했던 여러 육지에서 점점 더 많은 바다소 화석이 발견되었다.
열대의 낙원인 자메이카, 세인트제임스 지역에는 세븐 리버스라는 놀라운 뼈층이 있다. 1990년대 중반이 되자 채플턴 층에서 수집된 화석들은 점점 더 늘어갔고, 화석 바다소의 최고 전문가였던 하버드 대학의 대릴 돔닝이 이 화석들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자메이카에서 몇 번에 걸친 대규모 채집을 함으로써 수백 개의 뼈를 얻었다. 돔닝은 다른 프로라스토무스 화석을 또 얻지는 못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속의 신종 원시 바다소를 찾아냈다. 게다가 골격까지도 거의 완벽했다!
2001년 돔닝은 ‘네이처’에 이 표본에 대한 설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 원시 바다소를 페조시렌 포르텔리(포텔의 걷는 바다소)라고 명명했다(특징은 책을 참조하세요)(…) 물속 생활을 하는 바다소와 육상의 조상 사이의 완벽한 중간 단계, 즉 ‘빠진 연결고리’가 발견된 것이다. 페조시렌은 바다소의 두개골과 단단한 갈비뼈를 갖고 있었지만, 완전한 네발동물의 다리와 발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발견된 수많은 걷는 고래와 다른 전이 화석들처럼, 페조시렌은 또 다른 육상동물 무리가 어떻게 바다로 돌아갔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제 남은 퍼즐 조각은 하나뿐이다. 바다소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코끼리와 다른 테티테레류는 북아프리카, 파키스탄, 그 밖의 광활한 테티스해의 다른 지역에서 등장했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바다소 화석(프로라스토무스와 페조시렌)은 자메이카에서 나왔다. 2013년 쥘리엥 브누아 외 9명으로 이루어진 연구진은 튀니지의 에오세 초기(약 5000만 년 전) 지층에서 새롭게 발견된 표본들을 발표했다. 이 표본들은 참비라는 곳에서 발굴되었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참비 바다소’라고 불렸는데, 정식으로 학명이 부여되기에는 표본이 너무 불완전했다. 하지만 참비 바다소의 귀 부분 화석 덕분에 퍼즐이 완성되었다. 초기 장비류, 바위너구리류, 다른 테티테레류 같은 최초의 바다소류가 테티스해 지역(주로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나타났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아래 이미지는 위키백과에서 가져온 매너티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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