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도마뱀의 왕, 가장 거대한 해양 파충류: 쇼니사우루스
18세기 후반, 잉글랜드 남부의 도싯 해안에 있는 라임 레지스라는 바닷가 마을에 살던 리처드 애닝이라는 가난한 가구공과 그의 아내 몰리가 살았다. 몰리와 그녀의 자녀인 조지프, 메리는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서 하루 종일 화석 채집에 매달렸고, 1811년 조지프는 길이 1.2미터가 넘는 놀라운 두개골이 바위 속에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끌로 파냈다. 나머지 골격은 훗날 메리가 찾아냈다.
이 표본은 1814년에 에버라드 홈에 의해 기재되었지만, 그는 이 표본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1819년에 홈은 이 표본이 도마뱀과 프로테우스라는 도롱뇽 사이의 연결고리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래서 프로테오-사우루스라고 명명했다. 1817년, 대영박물관의 자연사 부문 학예사인 찰스 디트리히 에버하트 쾨니히는 이 화석을 비공식적으로 익티오사우루스(그리스어로 ‘물고기’와 도마뱀’)라고 불렀다. 그는 이것이 물고기와 도마뱀의 특징을 둘 다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메리 애닝은 최초의 위대한 여성 고생물학자일 뿐 아니라 고생물학의 개척자 중 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녀의 발견은 그녀가 태어난 세상의 관점을 바꿔놓았다. 1830년대가 되자, 사람들은 익티오사우루스와 수장룡 멸종에 숨겨진 의미를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괴물들이 바다에서 헤엄을 치던 무시무시한 ‘대홍수 이전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익티오사우루스와 수장룡 같은 거대한 동물이 멸종했다는 엄청난 사건이 사실로 드러남으로써 마침내 과학자들은 창세기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완벽한 창조나 노아의 홍수가 실제로 있었다는 생각을 결국 버릴 수밖에 없었다. 성실하고 겸허했던 메리 애닝은 오로지 화석 수집과 판매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과학적 사고에서 일어날 엄청난 혁명의 기반을 닦았고,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메리 애닝의 발견은 익티오사우루스라는 놀라운 동물군의 세계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었다. 공룡은 19세기 초반 까지는 이빨과 턱뼈 조각만 알려져 있었으므로, 1880년대에 완벽한 골격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익티오사우루스의 화석은 완벽하거나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래서 자연학자들은 익티오사우루스가 실제로는 파충류지만, 수렴 진화 덕분에 고래나 돌고래와 비슷한 체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익티오사우루스는 놀라운 수렴 진화로 돌고래와 같은 체제를 나타내지만 포유류가 아닌 파충류이고, 포유류와는 근본적으로 여러 면에서 다르다. 그런데 이런 고도로 분화된 동물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우리에게는 익티오사우루스의 기원을 보여주는 일련의 멋진 전이화석들이 있다. 먼저 중국의 트라이아스기 초기 지층에서 나온 난창고사우루스가 있다. 다음에는 일본의 트라이아스기 초기 지층에서 나온 우타추사우루스가 있다. 우타추사우루스는 좀 더 익티오사우루스와 가까운 유선형의 어뢰와 같은 체형을 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중국의 트라이아스기 초기 지층에서 나온 차오후사우루스가 있다. 더 분화된 종류로는 독일과 다른 곳의 트라이아스기 중기 지층에서 나온 믹소사우루스가 있다. 믹소사우루스는 발달한 익티오사우루스와 더 원시적인 조상들의 딱 중간에 위치한 전형적인 전이화석이다. 이런 모든 중간 단계의 형태들은 점차 옵탈모사우루스 같은 완전히 발달한 쥐라기 익티오사우루스의 표준 체제를 획득했다. 이 생명체는 메리 애닝에 의해 1811년에 처음으로 빛을 보았고, 현재는 익티오사우루스와는 거의 닮지 않은 파충류까지 추적해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길이가 3~5미터 남짓인 정상 범위의 익티오사우루스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크기가 고래만 한 익티오사우루스도 있었다. 이런 익티오사우루스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쇼니사우루스였다. 쇼니사우루스의 표본은 네바다 중남부에 있는 유명한 화석 발굴지 중 하나인 벌린-익티오사우루스 주립 공원에서 나왔다. 크기가 대형 고래만 했던 쇼니사우루스는 길이가 대략 15미터였다. 2004년에는 고인이 된 베니스 니컬스가 브리티시컬럼비아에 위치한 파도넷층의 트라이아스 상부(2억 1000만 년 전) 지층에서 더 큰 쇼니사우루스를 발견하고 기재했다. 쇼니사우루스 시카니엔시스라고 명명된 이 동물의 길이는 대부분의 현생 공룡보다 더 커서 21미터가 넘었다.
아래 이미지는 나무위키에서 가져왔습니다. 쇼니사우루스의 화석과 복원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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