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신화, 헤르마프로디토스
세상을 살면서 참아내기 어려운 민낯들을 어쩔 수 없이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편해서 눈을 돌려 회피하려고 하지만, 아무리 눈길을 돌려도 눈길 머무는 그곳에 마치 여고괴담의 늘 옆에 있던 귀신 마냥 턱 버티고 있습니다. 소름이 끼칩니다. 몇 쪽 읽지 않다가 처음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옮깁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us)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특징을 모두 갖춘 신이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잠자는 헤르마프로디토스’ 조각상 앞은 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인간 사회의 모습을 투사한 신화에 여성의 가슴과 남성의 성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신이 등장한다는 건 남성도 여성도 아닌 간성(intersex)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음을 뜻한다. 간성은 남성-여성이라는 전형적인 이분법에 딱 들어맞지 않는 제3의 성을 말한다. 두 성별의 특징을 모두 가지는 경우부터 그 중간적 성질과 형태를 띠는 경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29쪽)
부대 상관과 상의하고 성전환수술을 받았지만, 국방부로부터 전역처분을 받고 부대로 복귀하길 소망하다 생을 달리 한 고 변희수 하사에 관한 글 중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제가 프랑스 여행을 간 적이 없고 당연히 루브르박물관 근처도 못 갔으니 헤르마프로디토스를 알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한때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서양 문명사를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제법 많이 읽었는데… 헤르마프로디토스의 기억은 없습니다. 검색을 합니다.
‘리더의 아침 리아’님의 블로그에 소개된 글이 딱 한 편 검색이 됩니다. 그런데 설명이 간단합니다. 오찬호 씨가 설명한 헤르마프로디토스를 이해하기에는 갈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동네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검색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책을 사자는 생각에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합니다. ‘트로이 그리스로마신화 42 헤르마프로디토스와 살마키스 (신기한 신화 이야기)’가 검색되는데 어린이용으로 보입니다.
저는 오찬호 님의 설명에 동의를 하는 편입니다. 신화 그 자체가 궁금한 게 아니라 그런 신화가 나온 근원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주말에 동네 도서관을 들러 책들을 둘러볼 생각이지만, 그것보다 강호의 고수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을 링크 걸어주시거나, 관련 책, 자료들을 소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세상이 헤르마프로디토스를 숨겼다는 혐의를 두고 있습니다. 불편한 진실은 마주 보기 불편하니까요. 숨기려는 사람이나 민낯을 보는 저나 둘 다 불편한 사실들은 회피하려는 점에서는 같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욱 좋지 않습니다. 전혀 닮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성향과 손뼉이 맞아 군둥내가 진동하고 다랍게 되었습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를 알게 되면 그 소식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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