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김서령이 남긴 ‘조선 엄마의 레시피’. 3

무주이장 2023. 3. 27. 16:21

김서령은 허쁘다를 이해한다. 그의 이해에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무슨 감성으로 눈물이 핑 돌았을까? 같이 눈물 흘리는 분이 계실까? 궁금해져서 옮긴다. 전체 글이 아니고 일부만 인용하고도 눈물이 핑 돌까? 궁금하다.

 

냉동실 문 앞에 하염없이 서 있다. 허쁘다는 말은 기쁘다와 슬프다와 고프다와 아프다를 다 녹여 비벼놓은 말이다. 삶이 삶은 나물보다 못할 리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다 사라져버렸을리야. 냉동실 문을 잡고 삶과 죽음의 어처구니없음을 생각하는 날, 민들레 꽃씨는 휭휭 날고 뭔 새는 줄곧 쪼롱쪼롱 울고 줄에 넌 빨래는 바람에 화르륵 화르륵 뒤집힌다. 나는 오늘 저 시래기를 녹여 멸치를 대가리 채 솰솰 부숴 넣고 시래기국을 한 솥 끓여볼까. 해 지고 난 후 고개 숙이고 후루룩거리며 마셔볼까. 서울이라면 친구들 몇 불러 독한 술을 함께 하련만. ㅜㅜ”(87)

 

 김성희(북칼럼니스트)는 김서령의 글을 가리켜 따뜻하고, 단단하며, 그윽하면서도 영롱하다고 평한다. 안동댁이 쓴 글들이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글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단어, 매력적인 표현을 기억하기 위해 정리했다. 한번에 다 올리면 양만 많아 느낀 글에 나누어 같이 옮겼다.

 

-엄마와 이모의 잇바디에 반사돼 붉게 빛났다: 이가 죽 박힌 열의 생김새   

-조청 중발: 놋쇠로 만든 자그마한 밥그릇

-버지기: 우물에서 물을 이는 오지항아리의 안동 사투리. 작은 것은 옹가지라고 했단다.

-쌀가루에 막걸리를 부어 미리 발효한 탓에 증편에선 살짝 신맛이 났다. 엄마는 그 맛을새근하다 고 했다. 새근한 것은 새콤한 것과는 다르다. 신맛 플러스 단맛에 발효한 맛이 나는 것이 새근이었던 것 같다.(173)

-포트럭 디너(Potluck Dinner), Cooperating Party, 포트럭 파티, Potluck Party, 포트럭, Potluck: 참석자들이 각자 음식을 가져와 서로 나눠 먹는 파티(Party)

-정향극렬주: 음력 오뉴월에 담가 먹는 ‘찹쌀 술’, 안동의 전통술?(183)

-피톨: 혈액의 고형 성분으로서 혈장 속에 떠다니는 세포

-귀하고 살뜰한 분이 오시면: 일을 정성스럽고 규모 있게 하여 빈구석이 없다

-양하: 제주와 전남 등지의 향토음식에 활용되는 양하는 생강과로 독특한 향과 맛, 색을 지니고 있다. 계절에 따라 먹는 방법이 다양해 봄에는 줄기로 국을 끓여먹고, 여름에는 연한 잎으로 쌈을 싸먹으며, 꽃이 피기 전에는 무쳐먹거나 장아찌, 김치로 담가 먹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어린 순과 뿌리는 향신료로 이용한다. 양하는 식재 이전에 약재로 많이 이용할 만큼 혈액순환과 진통, 건위, 심장병, 결막염, 진해, 거담, 식욕 부진 등에 효과가 좋다. 진한 향기를 가지고 있어 요리 시 마늘과 파 등 별도의 양념을 따로 넣을 필요가 없다. (襄荷)

-슴슴하거나 소박하거나: '심심하다'의 비표준어

-연변이라는 떡: 부꾸미의 안동 말. 밀가루 지짐에 단밭 소를 넣은 떡. 봉투모양이라 봉투떡이라고 불렀단다. 밀가루떡을 지져 팥소를 넣고 네 귀퉁이를 접으니 봉투모양이 된단다.

-그러나 세상에 우연이 있을까. 지나놓고 보면 사소한 것들은 모두 일종의 징후였다. 시간이 한참 흘러간 후에야 그걸 알게 된다.(196)

-방박지다: 덩어리는 작아도 내용이 야무질 때 쓰는 말(197)

-첨절 않겠디껴? 신관이 어떠시냐? 소관하시라: 별일 없습니까? 얼굴이 어떠시냐? 일 보시라.

-쟁개미에 연변 붙이나?: 프라이펜에 부꾸미 붙이나?

-실팍하다: 보기에 알차고 튼튼하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