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껍데기” 최초의 껍데기: 클로우디나
껍데기가 있는 동물은 언제 나타났을까? 단단한 껍데기가 형성되는 과정(생광물화biomineralization)은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바닷물에서 칼슘, 탄산, 규소, 산소의 이온을 뽑아낸 다음에 그것을 분비해서 석회질이나 규산질 껍데기를 만드는 일은 대부분의 동물에게 대단히 버거운 일이다. 이런 방식으로 광물화가 일어나게 하려면 특별한 생화학적 경로가 필요하며, 이런 경로는 대개 에너지 면에서 비용이 아주 많이 든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담이 되는 껍데기는 도대체 왜 진화한 것일까? 대부분 껍데기는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당시에 껍데기가 없는 연약한 생명체를 마구 잡아먹는 포식자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동물에게는 껍데기가 몸에서 필요한 화학물질의 저장소 역할을 했다. 일부 조개류는 다양한 물질대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노폐물을 분비하는 데에 껍데기를 이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광물화된 껍데기가 체제의 분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더 큰 규모의 생태적 다양성과 유연성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껍데기가 없는 연체동물 중에서 현존하는 소수는 대체로 벌레처럼 생겼지만, 껍데기가 추가되면서 연체동물은 다양한 무리로 진화할 수 있었다.
크고 연한 몸을 가진 동물이 진화한 지 1억 년 이상 지난 다음에야 뒤늦게 껍데기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껍데기의 발달이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는 점을 암시한다. 아주 오랫동안, 캄브리아기 초기에는 삼엽충보다 더 단순한 동물의 증거가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소련은 경제적 자원을 찾기 위한 지질 탐사에 노력했다. 시베리아에서 북쪽으로 흘러서 북극해로 들어가는 레나강과 알단강을 따라 이들이 찾아낸 캄브리아기와 에디아카라기 암석은 당시 알려진 그 어떤 곳보다 지층의 순서가 완벽했다. 이들은 곧바로 캄브리아기 최초기의 한 구간을 기재하기 시작했는데, 이 구간은 삼엽충이 나온 캄브리아기 제3조 지층보다 더 앞선다. 최초의 삼엽충이 나온 층보다 아래에 있는 캄브리아기 최초기의 두 층은 네마키드-달디니아조와 톰모리아조라고 한다. 이 암석층에는 삼엽충은 없지만, 해면과 같은 캄브리아기에 흔했던 껍데기가 큰 동물들의 화석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흔히 발견되는 것은 ‘작은 껍데기’ 또는 ‘작은 껍데기 화석’이라는 별명이 붙은 소형(대부분 지름 5밀리미터 이하) 화석이다.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이 조그만 화석들이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군 중에서 어디에 속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 대부분의 해양 동물이 탄산칼슘을 이용해서 껍데기를 만드는 데에 비해 이 껍데기들은 대부분 인산칼슘(인회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초기 완족류가 인산칼슘을 이용해서 껍데기를 만들었다는 점과 함께, 큰 껍데기를 가진 삼엽충 같은 동물이 진화하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캄브리아기 초기에 껍데기의 광물화 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극복해야 하는 걸림돌이 많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더 중요한 것은 (탄산칼슘이 아닌) 인산칼슘 조각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포함한 다양한 화학적 증거로 볼 때, 대기와 해양의 산소 농도가 아직 오늘날 지구와 같은 21퍼센트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산소 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낮아서 연체동물이 껍데기를 만들 광물을 분비할 수 있는 지구화학적 메커니즘과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일으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1972년, 제라드 J. B. 제름스는 나미비아의 나무층군에서 나온 화석을 기재했다. 이 화석의 연대는 선캄브리아대 후기였다. 이 화석이 오늘날의 동물군 중에 어떤 무리에 속하는지, 아니면 오늘날의 동물군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신비로운 생명체가 무엇이었든, 이들은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껍데기가 있는 동물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선캄브리아대 최후기에 세계 전역에 등장했다. 제름스는 선캄브리아대 생물지리학에 기여한 프레스톤 클라우드의 수많은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그의 이름을 따서 이 생명체를 클로우디나Cloudina라고 명명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전혀 폭발이 아니었다. 오히려 ‘천천히 타들어가는 도화선’이었다. 약 6억 년 전부터 5억 4500만 년 전 사이, 지구상의 다세포 생물은 껍데기가 없고 몸이 연한 에디아카라 동물들뿐이었다. 추측컨대, 지구화학적 조건(특히 낮은 산소 농도)이 큰 껍데기를 가진 동물의 진화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비에 싸인 에디아카라 동물들과 함께, ‘작은 껍데기’의 전조인 클로우디나와 시노투불리테스(중국의 관 모양 화석을 말한다)가 스트로마톨라이트의 더께와 함께 살았을 것이다. 그 후 5억 4500만~5억 2000만 년 전(네마키트-달디니아조와 톰모티아조)에는 살 속에 작은 광물 조각의 갑옷을 품은 몸이 연한 동물, 즉 작은 골편들이 얽혀 있는 해면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였다. 이와 함께 껍데기가 있는 작은 연체동물과 완족류도 있었다. 5억 2000만 년 전, 더 큰 다세포 생물이 처음 나타난 지 최소 8000만 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석회질로 된 큰 껍데기를 가진 동물이 등장했다. 바로 삼엽충이었다. 따라서 8000만 년(에디아카라기의 시작부터 아트다바니아조까지) 또는 2500만 년(캄브리아기 초기 처음 두 조의 지층이 쌓인 기간)에 걸친 현상을 ‘폭발’이라고 여기지 않는 한,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없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창조론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너무나 다양한 생명체들이 나타난 것에 대하여 진화론자들은 설명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생명이 창조되었을까? 비판을 한다고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계속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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