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연작소설, 창비 간행

무주이장 2023. 3. 7. 10:36

 처음에는젊은 친구 특유의 글쓰기로만 생각했습니다. 글에 유머가 있고, 생각에 탄성이 있는 것으로 좋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 것은 몇 쪽을 넘기지 않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간힘을 쓰며 살았던 습관이 보였고, 그가 애썼던 노력이 힘을 잃기 시작하자 용기를 내어 다시 있는 힘을 다 짜내며 만들어낸 글의 탄성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작품을 잃는 내내 연작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렇다고 뭘 알아서, 공감을 해서, 충고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던 것이 아니라 너무나 막막해서,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느낀 아픔입니다.

 

  재희와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 우럭 한점으로 우주의 맛을 알았던 이야기,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만난 사랑이야기는 이국땅 태국에서 늦은 우기의 바캉스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저의 아픔도 글을 따라 장소를 옮기며 무력하게 끌려갑니다. 사람이 사는데,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할까요? 먹을거리가 없어서 허기진 개가 허접한 쓰레기통을 헤매며 허기를 참듯 사는 세상도 아닌데, 물리적으로는 배고플 이유가 없는 세상이 되었는데, 왜 이렇게 사람은 허기진 듯 힘들게 살아야 할까요? 누가 그렇게 룰을 정하고 강제를 할 수 있을까요? 강제된 힘이 작용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것은 그것이 영화가 되었던 소설이든 아니면 일상이 되어버린 지저분한 권력이 흘리는 구정물이 가득 담긴 뉴스에서든 보고 듣기에 힘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나는 오롯이 나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몹시 견디기 힘들었다. 이 두가지 모순된 감정이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까지도 조금 곤란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336) 그는 곤란을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한명의 시민으로서 나는 내 글의 속도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사회가 나아간다는 사실이 퍽 반갑다.”(337)라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속도는 사실 내재화된 억제 속에서 브레이크가 잡힌 채 쓴 그의 글을 기준으로 했을 때에만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를 뿐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빨리 변화하고 있지 못하지요. 그가 사실 자신이라는 사실에 힘들어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와 이웃이 만든 억압이 작용했기 때문이고 그 억압때문에 그는 조그만 사회의 나은 변화에도 기뻐하는 것일 뿐입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가 아닙니까?

 

  소설 속에서 사회적으로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이슈들을 정면으로 다루며 나는 나 역시도 이 모든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또한 완벽하게 무결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338)는 그의 말 뒤에는 견디기 힘든 말들이 화살이 되어 그에게 꽂힌 아픔이 느껴집니다. 그는 실은 겁이 많고 불안지수가 높은 사람”입니. 그럼에도 그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얘기를, 나의 얘기를 써주었다는 이유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들이 내게 전해준 문장 속 진심 어린 단어들과, 그것을 나에게 건네기 위해 짜냈을 안간힘과 용기가 모여 지금의 나를, 이 책을 가능하게 했다. 지금 어딘가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이 책을 읽고 있을 당신에게도 이 무수한 용기와 안간힘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339)는 작가의 말에 몸은 그렇지 않았지만 구부정한 마음으로 글을 읽었던 나는 그의 용기와 안간힘을 전해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 세상에 자신을 자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변화에 기뻐하고 강요된 짐을 벗을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다시 또 다른 강요들을 벗기는 힘을 키우면 더욱 좋겠지요.

 

  자유는 입으로만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기대할 것이 못됩니다. 오늘도 깨닫는 진실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