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 청나라
“과거의 연구들은 청나라가 명나라의 표준적인 행태를 지속했다는 전제 아래 청나라를 독재적이고, 관료적이며, 잘 통합된 강력한 국가로 종종 이해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한 이해를 재고해야만 한다. 일단 17세기 후반까지 옛 명나라 장수 3인에게 분봉된 영지가 존재하였다. 그뿐만 아니다. 이민족 통치는 만주 통치 엘리트와 한족 엘리트 간에 균열을 가져왔고, 그 균열은 갈수록 확산되었다. 청나라는 베이징 일대에서 토지 몰수 및 분배를 시도했지만, 다른 지역에서 기존 소유권을 존중해 한족 지주들이 반란 과정에서 상실했던 소유권을 다시 찾도록 해주었다. 요컨대 통일제국 청나라의 정치질서는 다민족 간 타협에 위태롭게 의존하고 있었고, 만약 그들이 배신한다면 청나라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청나라가 백련교도의 난(1794~1804), 아편전쟁(1840~1842), 태평천국의 난(1851~1864)을 상대해야 했을 때, 그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태평천국의 난에서 벗어난 이후 제국은 한층 더 분권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나라는 일본 및 다른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과 경쟁해야만 했고, 결국 계속되는 외국의 도전에 무력한 존재로 판명되었다. 청나라는 여러 조약을 통해 제국주의 국가들에 치욕적인 양보를 했고, 결국에는 군벌들이 통치하는 몇 개의 조각으로 분해되어갔다.(624~628쪽)
보다 넓은 맥락에서의 중국
“중국의 정치사를 관통하는 단일한 이데올로기를 찾는 데 열심인 사람은 그 이데올로기에 조응하는 단일한 통일 중국이 꾸준히 존재해왔다고 믿기 쉽다. 오랜 중국 역사를 관통하는 공통된 특징이 ‘전제국가’라 생각하고, 그 점에서 중국을 다른 세계 여러 나라와 대비하기를 즐기는 것은 중국 학자들만이 아니다. 이 책 전반에 걸쳐 나는 동질적으로 통일된, 단일한, 전제주의적 중국이라는 관념을 의문시하고, 중국정치사상을 그러한 중국을 꾸준히 지탱해온 이데올로기로 간주하는 본질주의적인 입장에 반대해왔다. 그러한 본질주의적인 입장을 지탱하는 지리, 민족, 문화, 사상 간의 연결고리를 문제 삼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관점을 채택해야 한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정치체 및 그 사상적 기초를 지탱해온 통일성이란 분절되고 갈등하는 다양한 요소 간의 깨지기 쉬운 복합적인 균형 상태이다. 그러한 관점에 따르면, 중국정치사상의 역사는 중국문화의 본질이 전개된 과정이 아니라, 변화하는 외부 환경의 제약과 기회에 대한 일련의 창의적인 반응이 누적된 전통이다. 전근대 제국에서 현대의 민족국가를 거쳐 현재의 중국 정치체에 이르기까지 변천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정치 행위자와 사상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위해 수많은 고려와 타협을 해야 했고, 중국은 자신보다 훨씬 큰 세계와 관계를 맺기 위해 분투했다. 다시 말해 중국 정체성은 여전히 근현대 중국정치사상을 탐구하는 이들이 다루어야만 하는 근본 질문에 해당한다. (707~709쪽)
이후 책은 중국의 중심성, 중화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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