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국의 적이 보이십니까? 중국과 러시아가 적입니다. 이들과 맞서려면 미국과 일본과 그리고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합니다. 일본이야 미국이 힘만 빠지면 동아시아의 맹주가 되겠다는 것이 오랜 숙원이니 미국과 합치고 있다가 미국의 힘이 빠지면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계획이니 옳다지만, 우리는 뭡니까? 북한과의 전쟁도 국민들이 도탄에 빠질 위험이 있어 잘 관리하자고 하는 판에 중국과 러시아와 전쟁을 한다고요? 미국 해군과 공군은 대단하지요. 일본도 중국과 맞서는 전력입니다. 한국은? 아마도 육군이 세지요. 쪽수가 많으니 우리 군인들을 부를 겁니다. 최근 우리 해병대가 필리핀에서 상륙훈련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언제부터 우리 군인이 남의 나라에서 상륙훈련을 했나요? 북한을 적으로 상정한 훈련은 포항 등지에서 매년 했지만 외국 땅을 상륙한 것은 금시초문입니다. 한일 정상화를 위하여 애를 쓰는 현 정부의 다음 일정은 확정되었다는 한미 정상회담과 아마도 한미일 연합(정상)회담쯤 되겠지요. 한미일이 하나로 뭉치면 북한 중국 러시아는 가만히 있을까요? 새로운 냉전이 치열해지면 어디에서 전쟁이 날까요? 미국 본토 어디요? 일본 도쿄요? 아마도 한반도일 것이고, 전쟁이 나면 미군이 일본군을 부르지 않을까요? 일본의 한반도 재진입은 일본 우익의 꿈이 아닙니까? 생각만해도 진저리가 나고 소름이 끼칩니다. 우리 정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최근 읽었던 책에서 언급한 차이나 리스크나 짱개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은 그 전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성을 가지고 어떻게 중국과의 관계를 만들고 관리할 것인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어떤 나라이고, 어떤 생각을 하며,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면밀히 검토하여 우리는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내용이 차이나 리스크이고, 왜 짱개라고 중국을 부르며 중국과의 관계악화도 서슴지 않는 목적과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어떤 피해가 올 것인가를 설명한 것도 자주성을 바탕 한 논의 중 하나인 것입니다. 지금 정부 어디에도 우리의 주체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답답함에 정세현 선생도 책을 낸 것이겠지요.
정 선생은 국제질서를 전주역 앞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깡패들이 힘을 쓰는 세상과 다를 게 없다고 쉽게 설명합니다. 내가 힘이 세면 깡패들은 달려들지 않습니다. 힘센 깡패에게 의지하여 폭력을 피하고, 자유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을 모르는 오판이라고 설명합니다. 남북한이 통일을 하려면 깡패가 판치는 세상과 같은 국제질서, 국제정치적인 맥락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제정치의 세계에서는 내 나라와 남의 나라를 분별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어느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분주하게 뛰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대한민국 외교가 자국 중심성을 갖추지 못하면 통일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통일논의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는 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적화통일과 흡수 통일이 무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는 우리의 확신을 전제로 말입니다.
구한말의 비극이 다시 오지 않도록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정부에서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위상을 높였던 한국입니다. 코로나로 온 세계가 난리도 아닌 판에서도 경제적으로 선전을 했던 한국입니다. 세계 6위의 군사강국이라고 자칭 타칭 인정받았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고 바로 고꾸라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기업이 망하는 것도 그렇지만 나라 꼴 엉망 만드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똑똑한 국민들이 많은 나라라고 믿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 위로가 됩니다.
“누가 정권을 잡든지 우리나라 그렇게 하루 아침에 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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