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세계의 중화
“현대 중국의 정치사상가가 응답해야 하는 도전과 조건은 무엇인가? 지구촌 시대를 살면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결정과 동학들은 국경 안에 국한되지 않고 갈수록 국경을 넘고 있다. 국경에 기반한 정치 형태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국경을 넘는 정치 행위의 중요성 또한 날로 커져가고 있다. 지구화 시대라는 이 역사의 새로운 단계는 정치 행위자들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위협과 기회를 선사한다. 바야흐로 중국이 새로운 제국을 자임하면서 세계질서를 주도하려 드는 마당에, 그리고 그러한 작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국의 정치사상 전통을 소환하려 하는 작금에, 이른바 중국정치사상의 ‘역사적’ 이해는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755~757쪽)
중국정치사상사를 이해하려는 것은 중국인들이 어떻게 역사적인 도전에 응전을 하였고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려고 노력했느냐 하는 점에서 그리고 그 결과가 어땠냐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믿는다. 중국이 중화를 실질적인 개념으로 사용했던 아니면 관념적이고 환상적인 개념이었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왕조에게는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를 개척했던 중요한 개념이었겠지만 이것이 중국 내에 본질적으로 존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변화하는 외부 환경의 제약과 기회에 대한 일련의 창의적인 반응이 누적된” 것이 전통이라면 “전통은 살아 있는 것이기에 흥미로운 대상이다.” “사상이 현대의 문제에 대해 어떤 적실성을 띤 나머지 흥미롭다기보다는, 그 사상의 담지자들이 그 전통 ‘안’에서 계속 의미를 창조하고 실현하기에 흥미로운 것”이라며 저자는 창의적인 사상의 담지자들에게 흥미를 가진다.
중국의 정치사상이 이토록 흥미로울 정도라면 지금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외부 환경의 제약과 기회에 대한 일련의 창의적인 반응은 더욱 흥미로울 텐데, 그런 것이 있긴 한가 의문과 함께 좌절감이 든다. 미국의 힘과 중국의 힘이 부딪히고, 일본이 다시 군국주의를 꿈꾸는 우익세력들과 미국의 협조에 의해 동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으며, 북한은 정권의 생존전략을 핵무기에 의존하여 대화를 포기한 듯한 미국에 대하여 노골적인 반발과 두려움을 나타내는 와중에 남한과는 극한 대립을 보이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는 친미 친일의 선명한 외교노선만을 강조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어떤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며 그 결과 국민들을 어떤 상태로 밀어 넣을지 상상하기에도 끔찍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우크라이나다. 천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국경밖에서 전쟁이 끝나길 기다린다. 이제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운명을 타국의 군사적 지원에 의존해야만 하고 스스로 전쟁을 끝낼 수도 없는 것 같다. 대가는 국민들의 피다. 우리 국민이 피를 흘리지 않고, 근대사의 치욕과 굴욕을 다시 경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검사들이 나라의 좋은 자리 높은 자리를 차지하느라 시끄러운 소식을 전하는 '신문쪼가리'나 '방송국놈들'의 소식에는 “창의적인 반응” 소식은 약에 쓰려고 해도 하나 없다. 지식인의 창의성은 본래 없었던가 아니면 언론이 숨기고 있는 것인가 궁금하다.
'매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세현의 통찰, 정세현 지음. 푸른숲 간행 1. (2) | 2023.03.16 |
---|---|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연작소설, 창비 간행 (0) | 2023.03.07 |
중국정치사상사, 김영민 저, 사회평론아카데미 간행 15. (0) | 2023.03.01 |
중국정치사상사, 김영민 저, 사회평론아카데미 간행 14. (0) | 2023.02.28 |
중국정치사상사, 김영민 저, 사회평론아카데미 간행 13. (0) | 2023.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