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열쇠는 가톨릭 신부님의 경험을 중심으로 종교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작가 A.J.크로닌(Archibald Joseph Cronin)은 가톨릭 신자인 아버지와 프로테스탄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종교가 다른 부부가 잘 살았던 모양이지요. 그들의 아들이 지은 ‘천국의 열쇠’ 내용 중에는 개신교 신자들과의 갈등으로 부모가 죽지만 주인공은 개신교 신자나 목사에 대한 어떤 적개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마치 친구처럼 돈독히 지내는 모습으로 일관합니다. 주인공은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고 이들 종교는 우수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유일신앙인 가톨릭 신부의 생각이 자유롭지만 결코 하나님의 은혜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성경이 별 것입니까. 이 책으로 신앙에 대한 묵상을 거듭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춤을 춰야 하나요. 춤부터 추고 결혼을 생각하면 안 될까요?
치점 신부가 보좌신부로서 첫 부임지는 탄광도시 세일즐리의 구세주 성당입니다. 이 지역은 심한 빈궁에 찌들어 대부분의 신자들은 거의가 냉담에 빠져 신앙도 열의도 잃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치점 신부는 본당 젊은이들을 위한 회관을 만들 결심을 하고 주임신부인 키저 신부에게 허락을 받습니다. 그는 탄광의 구급실을 일주일에 세 번 밤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감독에게 허락받았고 친구 탈록에게는 운동도구를 보내 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흥미를 끌 것으로 무도회를 열기로 합니다. 첫 무도회를 연 후 키저 신부는 자신의 허락을 철회하고 회관사용을 금지하라고 합니다. 프랜시스 신부는 무도회 모임이 순수했다고 항변을 했지만 키저 신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듯 얼굴이 검붉어져서는 말합니다.
“자네는 모르나? 그렇게 젊은이들이 껴안고 손을 잡으면 나중에 어떻게 된다는 걸 말야. 이 바보 멍텅구리 같으니…. 젊은 놈이 나쁜 생각을 갖는 첫째 이유가 된단 말야. 육욕으로 이끄는 도화선!” 키저 신부의 노여움에 프랜시스는 대꾸를 합니다.
“신부님은 육욕과 자연의 섭리를 혼동하고 계신 게 아닙니까?” 키저 신부는 두 손이 후들후들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흥분을 하면서 말을 합니다.
“뭐라고, 뭐가 다르단 말야? 도대체 자네가 뭘 안다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건가?”
프랜시스 치점 신부는 두 달 동안 무작정 안으로만 밀어 넣었던 불만과 분노가 일시에 터져 나옵니다.
“누구나 자연의 힘을 누를 수는 없습니다. 강제로 억제하기만 한다면 도리어 역습을 받아 멸망으로 이끌어 갈 뿐입니다. 젊은 남녀가 어울려서 춤을 추는 것도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입니다. 구애와 결혼의 자연스러운 서곡이기도 합니다. 성이라는 것을 썩어가는 시체처럼 더러운 홑이불 밑에 숨겨둘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수상한 짓이나 음탕한 행위를 하는 겁니다. 잘 지도해서 좀 더 건강하게 성을 인식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독사나 해충처럼 목을 졸라 질식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실패만 따를 뿐입니다. 순결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하게 만들 뿐이지 무슨 이익이 있습니까?”
치점 신부는 키저 신부의 금지령에 머리를 흔듭니다.
‘아니다. 이대로 복종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하나님도 이런 굴종을 강요하시진 않을 거다. 어떻게든 싸우는 거다. 키저 신부가 고집 세게 나간다면 나도 같은 완강함으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결코 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반쯤 죽어버린 가엾은 셰일즐리의 신자들을 위해서다.’ 그러고는 키저 신부가 6주 동안의 휴가를 떠나자 기부를 받아 새로운 회관을 짓습니다. 키저 신부는 그를 성도미니코성당으로 옮겨가도록 합니다.
이 이야기는 1897년 9월 15일을 전후해서 발생한 일입니다. 참고하시라고 사족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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