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열쇠는 가톨릭 신부님의 경험을 중심으로 종교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작가 A.J. 크로닌(Archibald Joseph Cronin)은 가톨릭 신자인 아버지와 프로테스탄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종교가 다른 부부가 잘 살았던 모양이지요. 그들의 아들이 지은 ‘천국의 열쇠’ 내용 중에는 개신교 신자들과의 갈등으로 부모가 죽지만 주인공은 개신교 신자나 목사에 대한 어떤 적개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마치 친구처럼 돈독히 지내는 모습으로 일관합니다. 주인공은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고 이들 종교는 우수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유일신앙인 가톨릭 신부의 생각이 자유롭지만 결코 하나님의 은혜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성경이 별 것입니까. 이 책으로 신앙에 대한 묵상을 거듭했습니다.
나이 들어도 젊은 모습을 유지하기
신학교를 다니던 치점은 무단결석을 합니다. 부제 과정의 신학생이 나흘 동안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것은 커다란 사건입니다. 자기의 행동을 치점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저는, 저는 그때 성당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도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쩐지 마음이 뒤숭숭하고 안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밖에는 동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그 뜨거운 바람 때문에 저는 더욱 침착성을 잃었습니다. 갑자기 학교 일과가 쓸데없는 것, 귀찮은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문득 교문 밖을 바라보니 길이 모래 연기로 부옇고 부드럽게 보였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전 더 이상 자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순간 전 그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밤새도록 걸었습니다. 몇 마일이나 걷고 또 걷고…”(169쪽)
치점의 설명에 타란트 신부는 치점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개인주의는 신학생에게 있어서는 위험한 성격이죠. 종교개혁도 그 개인주의에서 왔거든요.” 타란트 신부는 치점의 퇴학을 바라는 듯했습니다. 더욱이 치점이 갔다는 지역의 주임신부에게 치점의 행적을 묻는 편지를 보내고 회신이 왔을 때에는 타란트 신부는 험악한 얼굴을 하고는 무슨 음탕하고 외설스러운 것인 양 그 편지를 들고 복도 끝에 있는 학장실로 신이 나서 뛰어들어 가고, 회오리바람처럼 교정을 가로질러 노크도 하지 않고 프랜시스의 방으로 뛰어들어 가기도 합니다. 그러다 프랜시스의 일기를 읽고는 프랜시스의 행적과 그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타란트 신부는 창가에서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윽고 일기장을 책상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 그리고 일기를 쓰라고 명령한 것이 자기였음을 기억하고는 지금까지 들고 있던 편지를 아주 천천히 잘게 찢어버렸다. 그의 얼굴에서는 예전의 냉혹한 빛이 사라지고 깊은 자책감으로 굳건한 엄숙함이 스며들었다.”(188쪽)
타란트 신부의 얼굴이 바뀌자 관용과 사려 깊음으로 가득한 젊은 얼굴이 되었다고 합니다. 좋은 화장품을 쓴다고 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받는다고 해서 역시 오랜 시간 젊어질 수는 없습니다. “관용과 사려 깊은” 마음이 사람을 젊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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