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중국이 리스크인 이유에 대한 ‘필드’에서의 주장
저자는 미래의 패권을 둘러싼 두 나라의 경쟁은 최악의 경우 전면적인 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를 소개하면서 하버드대학교의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의 ‘예정된 전쟁’을 소개한다.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투기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라고 불렀다는 내용이다. 한편 이에 반하는 주장으로 2021년 9월, 국제정치학자인 할 브렌즈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와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정치학 교수는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쇠퇴하는(a declining power) 중국이 문제’라는 제목의 글을 소개한다. 투키디데스 함정 이론은 실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을 정확히 설명하지도 않았고, 발전 궤적에서 이미 정점을 찍고 있으며 곧 수그러들 위기에 처한 중국의 현 위치도 잘못 진단했다”라고 주장하면서 “강대국들 간 전쟁은 더 이상 발전 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신흥국이 ‘도전의 창’이 닫히기 전에 패권국에 덤비면서 일어난다”라며 “1914년 1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이나 1941년 무모한 줄 알면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 지금의 중국이 모두 같은 처지”라고 서술했다고 소개한다(169쪽)
저자의 주장은 중국이 이제 쫓기고 그래서 잠을 못 이루는 황제의 나라가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중국은 왜 지금 쫓기는 것일까? 저자의 주장은 3부에서 ‘쫓기는 제국, 잠 못 이루는 황제’라는 제목으로 설명한다. 잠 못 이루는 중국이 아니라 황제가 잠을 못 이룬다는 제목에서 시진핑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는 듯하다. 이것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제목이지만 그를 따라서 시진핑이 잠을 못 이루는 이유를 작가의 주장을 통하여 요약한다.
1. 시진핑 정권의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선진화된 도시와는 달리 심각한 빈곤을 겪는 농촌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지만 내부의 제도와 시간 부족으로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선진국으로 가고 싶지만 어려워지니 쫓긴다.
2. 하나의 중국으로 도시와 농촌의 심각한 양극화를 극복할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중국의 인구가 감소하고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3. 중국의 국가부채가 상상 이상으로 많아 현재 지방정부의 공무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정도이다. 천문학적인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경제를 활성화해야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통제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
4. 중국 반도체 산업의 육성을 위한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굴기를 위한 공산당 정부의 계획은 실패하고 있고, 그렇다고 이 계획을 포기할 수도 없는 형국이다.
5. 시진핑 정권은 대만 수복을 기대하는 중국 인민의 조건부 지지 정권이다. 그러니 시진핑은 대만을 침공할 것이다. 대만 침공은 그 자체가 리스크다.
시진핑이 자라온 환경, 그리고 권력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그의 꿈과 그의 현실적 권력지형 등을 통해 중국 내부의 문제를 차이나 리스크의 원인으로 일관되게 저자는 설명을 했다. 그런데 세계의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고, 그들 국가의 운명이 스스로 개척하고 결정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텐데 저자는 중국의 대외적인 환경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을 회피한다. 책의 주장이 서문에서도 나왔지만 중국의 내부적인 변화로 인하여 반중정서가 생겼으니 중국의 내부 사정만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 언뜻 주제도 선명하고 주장도 일관성을 가진 듯하지만 무언가 빠진 느낌이다.
책을 읽고 정리를 해보면 더욱 알 수 있다. 왜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실패하고 있는가? 미국이 견제하고 미중 간의 갈등 때문인데 그럼 미국의 중국 견제는 타당한 것인가. 아님 현실적인 힘이 적용되는 냉혹한 국제관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며 그런 사정은 타국이 뭐라 할 수 없고 의견도 제시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요소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까? 그 견제는 정당한가? 우리는 그런 견제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말이 없다. 그저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대로 받아들이라면 할 말을 줄여야 한다.
사실 필드에서는 일어난 현실의 원인보다는 타개책이 즉시 나오길 기대한다. 원인을 분석해야 대책도 나오겠지만 근본 원인을 따져 근본 대책을 찾을 여유는 없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어쩌면 기업으로서 대처가 불가능할 수도 있기에 임기응변이 더 강조되기도 한다. 롯데가 사드 배치를 위하여 국방부에 보유한 골프장을 제공한 것도, 그로 인하여 중국에서 많은 손해를 입고 철수를 한 것을 보면서 근본 원인을 분석한다는 것은 사주의 분노를 사고, 있는 직장을 잃을 최악의 처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한계를 보았다. 그 한계를 확인하는 것이 4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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