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한청훤 지음, 도서출판 사이드웨이 간행 1.

무주이장 2023. 2. 3. 16:20

학계가 아닌 기업에서 중국을 경험한 작가의 글이었다.

 

 한청훤은 학창 시절부터 중국의 역사와 철학, 문학에 빠져 지냈다. 대학에서는 중어중문학을 전공했고, 중국 유학을 거친 뒤 그 나라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15년 가까이 주로 전기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필드에서 일해오며, 중화권 시장 개척을 위해 많은 중국 대기업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책이 전하는 저자의 소개다. 중국을 몸으로 경험하며 시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이 많이 소개되겠지 기대하며 글을 읽는다. 사실 현학적이고 구체성이 없는 추상적 개념의 말과 글들이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언론현실에서 시간을 들여 책을 읽는 것은 그로부터 배울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서문을 읽기 시작했다.

 

 반중의 에너지는 활화산처럼 들끓고 있고, 애석하게도 그 가운데선 혐중의 기운마저 느껴지는 경우들이 없지 않다. 그래서 작금의 정서적 반중 흐름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것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나올 법한 타이밍이긴 했다. 때마침 중국은 문제가 아니며, 한국의 언론과 대중들의 인식이 문제라고 이들을 질책하는 용감한주장이 나왔다. ‘짱개주의의 탄생은 흡사 성역과 금기에 도전이라도 하듯 현재 대중의 반중 감정이 잘못되었다고 과감히 주장한다.”라고 작가는 용감하게지적했다. 최근 짱개주의의 탄생을 읽었던 나는 중국에서 오랜 경험을, 그것도 필드에서 경험한 현장전문가의 말에 찔끔 가슴이 찔렸다. 내가 책을 오독했나? 걱정이 앞섰고 이 책을 읽으면 다시 짱개…’ 그 책을 다시 꺼내서 오독한 부분을 찾아 반성을 해야 하나 자책감이 들었다. 작가의 서문은 계속된다.

 

 중국을 비하하는 듯한 도발적인 제목이지만, 정작 책의 내용은 정반대다. 시종일관 중국에 대한 왜곡과 오해를 조장하는 국내 언론과 학계를 질타한다. 또한 한국 내 반중 감정의 근본적인 원인을 무려 신식민주의인종주의처럼 고색창연한 이념들에서 찾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마치 현란한 지적 곡예를 선보이는 것만 같았다.” ‘필드에서 중국을 직접 경험한 작가에게는 이념이나 신식민주의’ ‘인종주의라는 개념의 말은 지적 곡예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현실적, 실용적으로 이해하면 될 것을 갖가지 현란한 수사를 이용하고 포장하여 사람을 현혹시킨다는 지적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 잘 골랐구먼’ 한편 흐뭇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문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듯 느껴져 마치 요즘 인기 있는 트롯 경연대회에 참가한 열정 가득한 가수가 노래 처음부터 힘을 잔뜩 준 채 노래하는 듯해서 작가의 부담감이나 출판사의 과욕이 보였다. 그래도 책을 시작한 것이니 끝까지 듣는 중에 레전드급 현실에 부합하는 실용적인 그래서 당연한 실사구시의 주장이 나올 것을 기대했다. 이제 인용할 마지막 서문이다.

 

 물론 누군가가 주류에 맞서는 용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의 주장이 타당하다거나 사회에 유익하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극심해진 반중의 원인을 언론의 선동과 잘못된 이념 탓으로 귀결시키면 역시나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당장 변화무쌍한 한국 여론의 흐름만 가지고도 반박이 가능하다. 앞에서 적은 것처럼 불과 7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다수 여론은 중국에 우호적이었다.” 이제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방향이 정해졌다. 이 책은 짱개…’ 그 책에 대한 반박의 논리가 있을 것이었다.

 

 “십 수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던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선 반미 정서가 반중 정서를 압도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한국에 심어 놓았다는 신식민주의와 인종주의가 최근에야 비로소 한국사회에서 발현되었다는 이야기인가아니면 한국인 대다수가 근래에 갑자기 신식민주의자와 인종주의자로 전향했다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몇 년 사이에 한국인들이 급작스레 인종주의자가 되었다는 설명보다는 한국인들의 대중국 인식을 크게 바꾸는 큰 변화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설명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데이터와 세계의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대중국 인식이 극적으로 악화되었던 건 한국뿐 아니라 동서양의 많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짱깨주의가 나타난 원인을 중국에서 무언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말이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짱개주의라는 말이 나온 이유를 알 것 같다. 그의 주장의 옳고 그름을 일단 떠나서 그를 따라가기로 하고 본문을 읽기 시작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