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의 기사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건설업계의 출연을 통해 만든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정책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금융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시공사 보호(건설사 보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가장 큰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바로 부동산시장(분양시장)의 냉각 문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정상적 기능을 저해하고 있는 각종 부동산 거래 및 보유 규제에 대한 완화 개선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나요?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를 일으키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주장과 함께 PF대출을 연대 보증한 건설(시공)사를 지원하라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에 호응해 양도소득세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정책만 남기고 거의 모든 규제를 풀었습니다. 대통령은 미분양된 아파트를 사주고, 이를 임대로 돌리라는 지시를 합니다. 아파트 가격을 원가 수준으로 깎아서 사라는 얘기도 아닙니다. 쌀은 시장에 맡기라고 하면서 쌀은 정부가 사주지 마라고 하면서 건설사의 미분양 아파트는 사주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제멋대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면 저는 대통령이 이렇게 말해주길 기대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미분양 아파트는 원가 수준으로 낮춰서 무주택자들이 집을 쉽게 장만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세요. 절반 값이면 될 듯합니다.” 너무 야무진 기대지요?
다행히(?) 정부의 규제 해제는 시장에서 약발이 없습니다. 규제 완화 발표 후 포탈 대문에 뜬 기사는 ‘매물이 들어갔다’ ‘가격이 다시 상승한다’입니다. 하지만 한문도 교수가 조사한 내용을 들어보니 매물이 하루 잠깐 들어갔다가 다음날부터 다시 더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매물이 하루 들어간 것은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 이번 기회에 집을 팔자고 생각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해설이었습니다.
무주택자들이 적절한 가격에 집을 장만하려면 왜곡된 정보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정보가 왜곡되지 않았냐는 것은 무주택자 여러분들이 판단하실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는 돈싸움이라는 것입니다. 돈이 돈을 번다고 해서 빚을 내서 집을 사신 분들 중에는 영끌족이 있습니다. 이들은 다주택자들이나, 다른 경제적 포식자들의 집을 사고는 지금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돈이 돈을 버는 형국이 아니라 누구부터 죽느냐는 형국입니다. 좋은 시절 정부로부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열심히 벌어 저축하며 집을 장만하시려던 분들은 오르는 집값에 허탈했고 상실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지금의 시장은 돈을 안 쓰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을 필요로 하는 무주택자들은 힘을 모아 부동산시장을 외면해야 합니다. 그들이 빌린 돈에 힘들어 집값을 낮출 때까지 우리의 힘을 비축하고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누가 먼저 집을 팔고, 누가 먼저 집을 사느냐는 싸움입니다. 이 싸움에서 정부는 무주택자의 편이 아닙니다. 이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주택자들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우리 정부는 대출 금리를 올리지 마라고 하면서 예금 금리도 올리지 않는 은행에게 한 마디도 안 합니다. 조금 모아 놓은 돈, 예금이라도 늘려면 예금 금리를 대출 금리에 상응하게 올려야 하지 않는가요? 빚 없이 열심히 집 사려고 돈 모으는 사람들은 안 보이는 것이지요?
정부가 거시경제를 말하면서 무주택자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애초부터 정책 목표에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공급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정권 공급부족이라고 떠들던 작자들은 지금 이 시점에 공급을 더 늘리라고 해야 합니다. 국고를 털어서라도 공급을 늘리면 집값은 더 떨어질 것이고 고분양가를 책정한 건설사들을 더욱 압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얘기가 너무 무주택자 입장인 것으로 보이시나요. 맞습니다. 저는 거시경제가 좋다고 해서 제 직장이 떨어지지 않은 혜택 정도 봤지 얘기할 만한 이익은 본 적이 없습니다. 어려우면 제일 먼저 제 월급부터 깎였지요. 그렇다고 거시경제가 망가지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경제적 약자가 무시되는 지금의 형국도 마음에 안 듭니다. 부디 집을 장만할 준비를 하신 무주택자들은 지금은 ‘각자도생’의 시절이란 것을 잊지 마시고 포탈 뉴스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집값 2016년의 값으로 간다”는 말이 댓글에서만 존재하며 사라지는 시절을 다시 만들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힘이 무주택자들에게 지금은 있습니다. 무주택자를 돕는 외부세력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무주택자를 돕지 않지만 미국의 Fed(연방준비제도)가 돕습니다. 금리가 오르니 꼼짝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정부입니다.
제 얘기가 너무 한 면만 봤다고 하시겠지요. 약자들이 모이면 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정부는 무주택자를 이용하시지 말고 거시경제를 잘 운영하시면 됩니다. 무주택자들이 정부를 염려하고 걱정해 주시는 일은 그만하셔도 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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