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갈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2. 갈등 촉진자
둘째는 갈등 촉진자입니다.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때마다 가장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탄을 내뱉을 때마다 맞장구치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주변에 있으면 금방 눈에 띕니다. 눈에 띄므로 가능한 한 멀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갈등 촉진자는 대개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일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참사가 갈등으로 비화하게끔 촉진자의 역할을 하는 쪽을 확인하려면 유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면 쉬울 듯합니다. 참사의 희생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수용한다면 갈등은 없을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지난 11월 22일 유족대표들이 처음 기자회견을 하면서 제시한 6가지의 요구 사항을 알아봤습니다.
가. 정부의 진정한 사과
나. 성역 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수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다.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국정조사 같습니다)
라.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마.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바.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정부 측은 대통령이 조계종 행사에서 유감 표명을 했으므로 사과를 했다는 입장이고 유족 측은 주어가 빠진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며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표를 받으라는 요구는 대통령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한편 경찰이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를 하고 있으나,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수사는 손도 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정조사는 여당이 핑계를 대어 참석을 않고 있다가 최근 유족대표와의 면담을 한 후 국정조사에 참여를 했습니다. 어제 현장조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사 피해자들의 소통을 보장하고 인도적 조치를 하라는 요구는 행안부가 별도로 동의하는 모든 유가족의 명단을 유족대표 측에 제공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공간 마련 등의 적극적 조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현재 빈소 앞에서 보수유튜브라 불리는 ‘윤석열 팬클럽’ 출신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가 2차 가해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현장검증 전 국정조사위원들이 분향소를 방문했을 때에도 자기주장을 하고 있더군요. 자신이 유가족을 모욕하는 방송을 하며 뱉었던 말이 증거로 엄존함에도 오히려 용산경찰서에 유가족 측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고소장을 접수하는 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방송을 타고 뉴스가 됩니다.
유가족이나 유가족의 주장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사람들이 갈등 촉진자인지, 유가족의 요구를 수용 않고 저지하는 사람들이 갈등 촉진자인지 구분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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