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불쏘시개 네 가지
그러면 갈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저자는 네 가지의 갈등 불쏘시개를 소개합니다.
‘갈등은 들불과 같아서 항상 같은 방향으로만 번지지는 않는다. 그중에는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것도 있다. 또 수십 년간 속으로만 타기도 한다. 그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확증 편향은 매우 강력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전쟁을 촉발하지는 않는다. 왜 어떤 갈등은 마치 전염병처럼 확산하여 오랫동안 공동체 전체를 적대적인 분위기로 몰아넣는가 하면, 어떤 갈등은 쉽게 수그러드는 것일까?’(164쪽) 저자는 의문을 표시하며 갈등이 폭발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네 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어떤 갈등에서나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촉진 요소들이라면서요.
1. 집단의식
첫째. 집단의식입니다. 우리는 항상 변화하는 위계질서에 발맞춰 무한한 수의 정체성을 안고 삽니다. 우리는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여러 집단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오늘 당장 공격받는다면 내가 변호하고 나설 집단은 과연 어디일까? 그들이 받는 상처를 마치 내 것처럼 여길 집단이 어디일까? 생각해보라고 합니다.(172쪽)
10.29 참사가 발생한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말입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저희가 지금 그 자료(유족의 연락처나 명단)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누가 가지고 있는지) 그건 아마 파악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료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말에는) 아니, 실제 안 가지고 있는 거를 그렇게 윽박지른다고 제가 저절로 정보가 생깁니까? 기본적으로 의원님께서 국무위원이 하는 말을 왜 그대로 받아들이시지 않으시고 자꾸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장관의 오판이나 거짓말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시비를 가리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도 유족을 대하는 장관의 태도에 응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집단의식의 차이가 분명히 있으며, 다른 집단의식이 갈등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집단 자체가 일종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174쪽)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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