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갈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3. 굴욕
셋째는 굴욕이라는 감정입니다.
'사회적 고통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갈등이 폭발합니다. 남들에게 배척받는 것도 모자라 굴욕을 느낄 정도가 될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195쪽)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생명을 좌우할 정도로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모든 집단 갈등의 바탕에는 바로 이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가 자리한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굴욕을 강요하는 말과 행동을 한다면 이 사람은 갈등을 촉진하고 즐기는 자일 것입니다.
12월 12일 국민의 힘 창원시의원인 김미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꽃같이 젊디 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영혼들을 두 번 죽이는 유족들”이라며 “우려먹기 장인들.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나라 구하다 죽었냐” 11월 23일에도 유족 기자회견과 관련해 “생매장한 살인사건? **라는 자가 말이 뭐 저러냐” “자기 새끼를 두 번 죽이는 저런 무지몽매한 **가 다 있나”
고 박가영 씨의 어머니 최선미 씨는 김 의원을 향해 “저 사람도 새끼를 키우고 있을 테니 새끼 잘 키우라고 얘기해야만 한다” 울부짖었습니다. 저주를 퍼붓고 굴욕감을 주는 상대를 향해 복수심에서라도 “니 새끼도 그렇게 당해봐라. 그래도 그런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나 보자”는 말을 할 수가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최선미 씨의 행동은 일반인으로서 하기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 짐작합니다. ‘복수는 굴욕의 고통을 잊는 탈출구입니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타당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잃는 것이 더 많겠지만 당장은 효과가 있습니다. 어쨌든 당한 것은 되돌려주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213쪽)
교도소 정신과 의사인 제임스 길리건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들과 인터뷰를 많이 하고는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고 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굴욕이나 무례, 조롱을 겪지 않고서 심각한 폭력이 발생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 행동은 모두 굴욕을 예방하거나 회복하려는 동기에서 나온 것이다.”(197쪽) 최선미 씨의 초인적인 인내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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