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이 시대의 사랑. 최승자 시집. 문학과지성사 간행.

무주이장 2022. 12. 16. 11:10

198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 최 승 자 시인.

 

 시를 읽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시인이 살았던 시대가 정치, 사회, 문화 어떤 면에서도 억압과 통제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시대였습니다. 1952 년생이니 가장 젊은 시절에 가장 어두운 시대의 골목길을 목격하였을 터, 어떤 저항도 무기력하게 느꼈을 그 당시, 예민한 수신기를 가진 시인의 고통이야 우리 같이 둔감한 사람에게는 인식의 범위 밖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시가 이토록 읽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매일 몇 편의 시를 읽다 지치면 책을 덮고는 다음 날을 기다려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문학이란 것이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는 새끼손가락만큼도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부조리를 고발하는 문학의 힘은 조그만 방에서 하는 자위 정도로 비하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래서 문학을 외면하고 사회학 관련 책으로 독서의 방향을 바꿨던 그 시절, 시인은 아픔을 시로 표현했던 것이겠지요.

 

 최승자 시인을 검색하니 장석주의 글이 보입니다. ‘1980 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 최승자제목입니다. “1980 년대의 치욕, 삶에 대한 절망과 부정 의식을 섬뜩한 언어로 노래한 시인 최승자라는 설명에 무척이나 공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글을 읽으면서 시인을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다음에서 최승자를 검색하면 장석주의 글이 있습니다. 최승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 시대의 사랑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3부가 대학 3학년 때부터 대학을 그만둔 해까지의 시들을 써진 순서대로 묶었다고 합니다. 1971년 고려대 독문과에 입학을 했다고 하니 대학 3학년이면 1973년으로 짐작됩니다. 21살의 나이지요. 최승자 시인은 고려대 재학 중 고려대 교지 고대문화의 편집장을 지냈는데, 유신 시대에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가 학교에서 쫓겨나 대학을 졸업하지 못합니다. 3부의 시를 살펴보면 유신 시대 정권을 꿰찬 군인들의 눈으로 봤을 때 보람찬 하루 해를 끝마친수고도 없고, ‘국가의 웅비하는 미래를 찬송하지도 않는 시인의 시들이 퇴폐로 얼룩졌다고 아마도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대 익숙한 슬픔의 외투를 걸치고 / 한낮의 햇빛 속을 걸어갈 때에 / 그대를 가로막는 부끄러움은 (부끄러움, 67)

한낮의 햇빛 속을 명랑하게 걷지 못하고 부끄러움을 느끼다니… 젊은것이… 이렇게 판단했을 것 같습니다.

그대 의식의 문 뒤에서 숨어 우는 자유와 / 달빛에도 부끄러운 생채기마저 이야기하라.(내력 68)

자유 창달이 국시 정도인 나라에서 자유가 숨어 울다니 이런

묻지는 말고 그대여 / 눈물처럼 애욕처럼 / 그대의 혀끝으로 적셔주려나 / 깊게, 절망보다 깊게. (봄밤 69)

따뜻한 봄밤인데 무엇이 그리 절망스러우냐?

불러도 삼월에는 주인이 없다 / 동대문 발치에서 풀잎이 비밀에 젖는다. / (중략) 밤마다 복면한 바람이 / 우리를 불러내는 / 이 무렵의 뜨거운 암호를 / 죽음이 죽음을 따르는 / 이 시대의 무서운 사랑을 / 우리는 풀지 못한다. (이 시대의 사랑 73쪽)

아마도 이 시를 읽고는 정보부와 보안사에서는 동대문과 복면한 바람 그리고 뜨거운 암호를 해독하느라 몇 날을 밤을 새워 나는 새 똥구멍 바라보듯 했을 것입니다시대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 죄가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대학의 누구도 학생을 보호하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군사부일체라고 회자되던 시절이었는데, 아버지가 자식을 보호하지 못하던 시절이 얼마나 소름 끼칩니까?

 

 2부는 시인이 25세에서 28세 쓴 시로 구성되었고, 1부는 29세인 1981 년에 쓴 시라고 합니다. 이제 장석주의 글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시인의 시집을 다시 손에 쥐는 것이 두렵습니다. 저는 이미 사라진 과거의 두려움에도 놀라고 과거의 기억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오늘을 염려하며 세상을 봅니다. 겁이 많아서일까요? 시인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책을 덮었습니다.

 

"최승자는 죽음의 시인이다. 최승자만큼 일관되게 죽음을 노래하고 있는 시인은 흔치 않다. 그의 거의 모든 시는 죽음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첫 시집 『이 시대의 사랑』에서부터 1990년대에 들어 펴낸 시집 『내 무덤, 푸르고』에 이르기까지 그는 끈질기게 자기 시 세계의 시공간을 죽음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채운다.

 

그의 첫 번째 시집인 『이 시대의 사랑』에서는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우수수 죽음이 떨어져 내린다. 왜 그는 이토록 죽음에 집착할까? 이 끔찍한 죽음에 대한 열망과 예감은 “일찍이 절망의 골수분자”였던 그의 삶에 대한 방법적 부정의 한 양식이다. 또 죽음은 삶의 소진이지만, 그 소진 또는 무의미한 세계에 내던져진,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삶의 소멸이야말로 빛나는 승리이기 때문이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