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예수와 이젠하임 제대화의 예수
멜 깁슨이 감독했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가 고난을 받는 모습을 너무 실감 나게 연출을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예수의 수난을 그린 그림들 중에서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제대화 1단계 속,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그림을 보면서 영화 속의 끔찍했던 장면이 기억난 것은 제대화 속 예수의 고통이 절절이 느껴질 정도로 사실감 있게 표현했기에 그랬습니다.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가 고통에 차 부들거리는 못 박힌 예수의 손, 피고름이 맺힌 못 박힌 발가락은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습니다. 가시관을 쓰고 고통스럽게 고개를 숙인 예수의 몸은 가시채찍으로 맞으면서 상처가 났고, 채찍에서 뽑힌 가시들이 예수의 온몸에 박혀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 피에타에서 어머니 품에 안긴 죽은 예수와 비교하면 제목 그 자체가 슬픔이란 피에타 작품 속의 예수는 너무나 평온합니다. 이런 그림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입니다. 북유럽의 미술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사실주의라고 합니다.
15세기 브뤼헤, 16세기 안트베르펜, 17세기 암스테르담은 북유럽의 시기별 상업자본주의의 중심도시입니다. 이곳에서의 미술은 그려지는 대상이 달라지고(종전의 왕족이나 귀족이 아니라 성공한 평민들이 그려집니다) 사치품이나 돈 등이 세밀하고 정확하게 묘사됩니다. 상품이 지닌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르네상스를 이야기할 때 이탈리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플랑드르도 중요한 지역이었습니다. 플랑드르는 프랑스식으로 부르는 이름이고 영국 작가 위다는 영국식으로 플랜더스라고 부릅니다. ‘플랜더스의 개’가 위다의 작품입니다. 만화영화로 봤던 기억뿐 소설을 모릅니다. 주인공 넬로가 마지막으로 성당에서 본 명화가 기억이 납니다. 넬로가 본 그림은 루벤스(페트르 파울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인데 지금은 안트베르펜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있다고 합니다. 플랜더스는 대략 오늘날 벨기에의 북쪽 지역을 가리킵니다만, 원래는 벨기에 전역과 네덜란드의 옛 지명이라고 합니다. 배우고 익히니 이 또한 기쁨입니다. 파트라슈, 알루아즈의 이름과 얼굴이 생생합니다.
북유럽 미술의 특징은 사실주의라고 합니다. 양 교수는 ‘모세의 우물’ 조각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피렌체의 조각과 비교하면서, 피렌체의 조각은 세부적인 표현보다 신체를 구조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면 상몰 수도원에 있는 모세의 우물은 옷자락, 수염, 얼굴 주름을 아주 세세히 표현합니다.
르네상스라고 하면 새로운 미술이 많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종교 그림이 지배적이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수준 높은 패널화들은 성당에서 제대화로 쓰였다고 합니다. 온몸에 가시가 박히고 상처투성이인 예수, 손발이 뒤틀리고 피고름이 잔뜩 묻은 예수의 손발을 그린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그림도 제대화입니다. 유명 제대화 설명을 보면서 익히 보았던 그림들이 소환되었습니다. 미술사를 통한 세계사를 배우는 것도 여전히 큰 즐거움입니다. 이들 제대화들을 통하여 북유럽의 미술을 설명하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북유럽 미술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을 했는지 ‘베네치아 미술’ 편에서 설명을 이어갑니다. 책 재미있습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려고 갔다가 서가에 미술이야기 5권이 있어 빌려 왔습니다. 3권과 4권은 다른 분이 빌려갔군요. 자세한 설명과 함께 그림을 보는 즐거움에서 도저히 헤어 나올 수가 없을 듯합니다. 양 교수의 책을 다 보고 나면 다시 다른 분의 미술이야기를 들으러 갈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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