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김영사 간행
일본에 있다고 들었던 유품 정리사, 특수 청소업이라는 직종을 고독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보고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아주 오래 전의 기억입니다. 일본을 가끔 가는 나이 어린 친구가 있습니다. 일본에 가서 새로운 음식 메뉴를 한두 개 얻으려 간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에 가면 10년이 뒤처진 우리가 먹고살 거리를 얻어온다고 믿었던 시절을 저는 살았지만 젊은 친구조차 아직도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니 섭섭하고 안타깝고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요.
김완의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으면서 일본에서 만들어진 직업으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치열했던 삶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인, 그들의 흔적을 지우는 직업인이 보였고, 돈에 찌들고 다투던 사람들이 남긴 욕망과 실패로 인한 처절한 흔적을 정리하는 나와 같은 사람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죽은 자의 흔적을 치우는 작가의 경험을 읽는 것이 가벼운 일이 아니었음을 고백해야 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비슷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저자의 글에 진심이 가득 들었고 글솜씨가 좋았다는 느낌과는 별개로 마음에 무겁고 버거운 주제요 소재였기에 그랬을 것입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이요, 상반된 개념입니다. 흔히 통계에서 보여주는 막대그래프 같은 것이라 삶의 기간이 길어지면 탄생에서 시작한 막대그래프는 죽음을 향해 비율을 더해가게 됩니다. 마침내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 막대그래프가 준 생존기를 다 채우게 되지요. 저자가 소개한 글들은 이런 삶과 죽음의 개념과는 다릅니다. 주어진 막대그래프를 채우는 것을 포기하고 자기가 포기한 그림을 혹시 누가 알아챌까 문을 잠그고 창문에 커튼을 두르고 눈이라도 마주칠까 쓰레기조차 버리지 않고 온 집을 채우며 남몰래 맞는 죽음이기에 그렇습니다. 누구도 “왜?” 물어보지 않고 누구도 “어째서?” 관심을 표하지 않아 그의 죽음을 냄새로 알리는 그런 죽음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죽은 자의 흔적을 지우는 일은 남몰래 죽었던 사람도, 그를 한때라도 알았던 사람에게도 필요한 일일 것 같습니다. 그를 기억 속에서 지워야 하기에 그런 것이 아니라, 죽은 자가 남긴 원한과 원망과 외로움과 슬픔을 치우는 일이기에 그렇고, 남은 자들의 아픔을 치우고 정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일이 앞으로도 줄어들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파편화되고 개별화된 사람들이 서로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헛수고가 되는 세상으로 고착되어갑니다.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우린 그걸 너무 늦게 알아채는 것 같습니다. 아침저녁 얼굴을 씻으면서 사용하는 수도꼭지는 나에게 도움을 주지만 정작 자신은 씻지 못한다는 아이러니를 작가의 에필로그에서 확인하면서 이웃을 돌아보고 가족을 확인하면서 정성과 사랑을 키우며, 머리카락을 빗듯 생의 시간을 빗질하여야 하겠습니다. 봉두난발로 사는 생이 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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