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국교 지정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두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기독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하나님의 힘으로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없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476년 게르만족 용병대장에 의해 서로마의 황제가 퇴위하는 사건을 로마제국의 멸망이라고 한다면, 이로써 서양 문명의 한 단계가 막을 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는 시선이라면 로마는 기독교를 공인한 후에도 맥을 추지 못하고 멸망한 나라가 됩니다. 하나님이 로마를 보호하시지 못했다는 거지요.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자의 설명을 보시지요.
476년 이후 서로마제국을 차지했던 게르만 용병대장(오도아케르라는 이름이 문득 떠오릅니다)은 결국 동로마제국 황제의 신하가 되었습니다. 일개 영주로 전락한 겁니다. 이후 서로마 옛 영토에서는 게르만족을 비롯해 수많은 ‘야만족’이 난립하며 조그만 영지를 이루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서로마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명목상으로나마 자신이 로마제국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476년에 로마제국이 멸망했다고 하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로마라는 국가 체제가 사라졌을지는 몰라도 오히려 로마는 기독교라는 종교를 도입하고 공인함으로써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 문화권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막강한 군대를 거느리지도 못하게 되었고 거대한 수도교와 도로를 건설하지도 못하게 되었지만 보다 부드러운 권력으로 부활한 거죠.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로마가 서양 문명의 근간을 형성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민주주의를 주축 했던 그리스의 유산을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유산도 계승하여 유럽 전역에 이식했으니까요. 이런 시각으로 보면 로마 제국은 멸망한 것이 아니게 됩니다.
한때 독실한 신앙을 가지고 주일이면 성당을 다니던 이웃이 있습니다. 그 이웃은 지금은 자신을 무신론자라고 공공연히 말합니다. “신은 없습니다” 그의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왜 종교가 없던 사람이 갑자기 종교를 갖게 되었냐고 묻습니다.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성경이 세상에 끼친 영향을 무시하고는 우리의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하여서라도 성경을 읽고 종교를 가지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 역사도 아닌데 로마에 대해서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고 여길 분들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면서 ‘미술이야기 2’를 끝냅니다. 그의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흔히들 서양 문명을 설명할 때 그리스식 합리주의와 기독교식 영성이라는 두 가지 큰 틀을 제시합니다. 로마인이 그 두 가지 틀을 융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좋든 싫든 서양은 현재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심지어는 문화적으로 세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의 역사와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세계관을 이해하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든, 그들이 걸어온 길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 우리 스스로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든 로마는 그 세계관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로마인들의 세계관을 손에 잡힐 듯 보여주는 창, 미술이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지요.”
미술사학자가 보여주는 로마의 역사를 재미있게 공부했습니다. 이런 공부 난생처음 한번 했습니다. 책의 제목이 더욱 좋아 보입니다.
(이 서평은 저자의 지식이 가득 찬 그의 글을 옮겨 정리하기만 한 글입니다. 다른 서평이라고 다른 것도 없겠지만서도요. 이 글을 보신 후 이 책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시게 되면 좋겠다는 것도 서평을 쓰는 또 한 가지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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