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검사, 메디치 간행 2.

무주이장 2022. 10. 11. 14:15

전체 선수의 실력이 팀을 결정합니다.

 우리는 법을 만들어 시민 사회를 통제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도 법으로 하고, 범죄자를 조사 처벌하는 것도 법을 이용해서 합니다. 법을 상시적으로 만드는 곳은 국회입니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법을 만들고 보완하고 수정하는 일은 국회의원의 임무입니다. 많은 국회의원이 제 일을 잘하면 국민은 국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필요한 법이 항상 유효하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국회의원이 미기상을 받으면 이상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임은정 검사가 있는 조직이 대한민국 검찰입니다. 법무부의 외청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합니다. 부하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검찰의 수장으로서 법에 따른 임무를 잘 수행하면 장관이 지휘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총장이 자기 조직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자기 주위의 꼬봉들을 보살피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법이 무시된다면 이를 바로잡을 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없으면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거나 국회가 법을 만들어 보완하여 시행하면 됩니다. 이게 건강한 조직의 실력입니다. 장관의 부하이든 아니든 직제가 있고 임무가 법령으로 정해진 상황에서 본래의 임무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라는 말에 미기상을 준다고 하며 난리를 피웠습니다. 임은정 검사가 받아야 할 상이 미기상이라고 칭찬한다면 본질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검찰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본질 대신 한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임 검사를 얼치기 운동권형 검사’(조선일보) 라거나 막무가내 검사’(동아일보), “부끄러운 검사’(중앙일보)로 부르는 것도 미기상을 보는, 같은 시각으로 반대쪽을 보는 것에 불과합니다. 검찰 조직에 시선을 두자는 말입니다.

 

 과거 고교야구 대회에서는 초고교급 투수라는 말을 듣는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선수가 있는 팀은 1년에 전국대회를 2-3회 우승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뛰어난 선수 한 명을 한 대회에서 연이어 등판시켜 혹사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연이어 개최되는 전국 대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어도 운 좋게 프로까지 간 선수가 있었는가 하면(아마도 최동원, 선동렬 선수 정도 아닐까요) 고등학교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끝내야 하는 불운의 선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임은정 검사를 지지하는 사람이든, 비난하는 사람이든 한 사람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판을 받는 사람도 칭찬을 받는 사람도 많아야 건전한 조직입니다. 누군가 한 사람에게 의존하여 조직이 썩지 않길 바라거나, 누군가 한 사람만 제거하면 조직이 활기를 띌 것처럼 보이는 조직은 비정상입니다. 비정상적인 조직은 한 개인에게 책임을 덮어 씌우거나, 한 개인을 상 주면서 조직의 문제를 감추기 마련입니다.

 

 임은정 검사의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가 그저 임 검사의 당찬 결심에 감탄만 하기에는 너무 불편한 이유입니다. 임 검사를 응원하는 것만 할 수 있다는 검찰 내부의 일부 검사에 감사하는 것은 너무나 큰 낭패감을 줍니다. 스스로 개선할 수 없는 것은 모든 유기체의 본능 비슷한 것이라 봅니다. 담배 하나 끊는 것도 어려워 보건소의 금연 프로그램에 기대야 하는 것이 보통의 경우입니다. 임 검사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은 수십 년 전 고교야구의 예를 들어서도 충분히 전례를 볼 수 있습니다. 미기상을 만들어 대회 수준을 감추려던 모습, 팀의 실력을 과대 포장하던 일의 반복, 한 선수만 혹사시키는 관행을 계속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책을 읽고는 검찰 조직 내에서 한 사람의 미기에만 의지할 수 없는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팀을 보완하고 개선하고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아는 방법이 있음을 책에서 확인했습니다.

검찰이 반대하는 부분이 검찰의 급소입니다.”

 

 언론이 어떤 논리로 검사 한 명의 미기를 장려하거나, 특정 검사의 미기를 비난할 때 혼돈에 빠지지 마시고, 검찰이 무엇을 반대하는지를 확인하셔야 하겠습니다. 그걸 고치면 우리는 한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반문명의 상징인 미기상의 시대를 마감할 수 있을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그럼에도 임 검사님을 응원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 말 밖에는 현실적으로 도울 일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