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검사, 메디치 간행 1.

무주이장 2022. 10. 11. 14:08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검사, 메디치 간행.

 

미기상 이야기

 요즘은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기가 어렵겠지만, 과거 고교야구가 실업야구보다 인기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전국 고교 야구대회가 4-5개가 있었던 시절이고(아마 지금도 그 대회들은 여전히 개최되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도 야구부가 있어 지역 예선대회에는 응원을 가기도 했습니다. 대회가 끝나면 우수 선수들을 시상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그 당시 유별난 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미기상(美技賞)이라고 불렀는데, 대회에서 어려운 수비를 한 선수가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프로야구를 볼 때 간혹 수비를 잘하는 경우를 보면서 감탄을 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당시 고교야구에서도 그런 경우가 왜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이 미기상이 나중에는 없어지고 말았는데(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검색이 안 되는군요) 이유는 잘은 모르지만 상이라고 보기에는 민망한 구석이 있어서 그랬을 것입니다.

 

 어떤 팀이든 팀이 제대로 되었다면 공격과 수비가 안정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고교야구에서 선수들의 기량이란 것이 고루 잘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인지 경기의 분위기나 경기가 진행되는 중 수시로 변하는 기세에 따라 승패가 갈라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야구를 보면서 선수들의 기량이나 기록, 감독의 전략 같은 객관적인 부분을 보기보다는 경기 흐름을 주로 봅니다. 그래서 한 번의 실수가 나오거나, 찬스를 놓치는 경우 다음 이닝에서 뒤집어지는 경우를 예상하곤 합니다. 프로야구 경기에서 저의 예상이 맞지 않는 이유입니다. 프로선수들의 기량은 고르게 안정되었기에 실수에 흔들려 전체 게임을 망치거나, 찬스를 놓쳤다고 해서 폭망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정도로 예비 선수 확보가 충분하고  선수의 기량이 고르기에 그렇겠지요. 고고야구에서 수비 위치를 잘못 잡고 있다가 놓칠 뻔한 공을 잡고 넘어지거나, 열악한 운동장 때문에 불규칙한 바운드가 되는 공을 엉겁결에 잡은 경우 관중들은 착시에 빠집니다. 수비를 너무 잘한 것으로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선수의 요행수 때문에 우승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승을 한 팀에 소속된 행운의 수비수가 받은 상이 미기상이었던 것입니다. 미기란 말은 아마도 아름다운 기술’ ‘좋은 기술이란 뜻일 것입니다. 수비가 좋은 선수는 우수선수상을 받으면 될 텐데 미기상이라고 준 것이 민망했다는 비판이 관중석에서 많이 나왔는데 아마 이런 여론을 반영하여 없어졌지 않았나 짐작해 봅니다.

 

 최근 윤 대통령께서 국군의 날 행사를 하면서 부대 열중 쉬어” 구령을 잊었던 모양입니다. 무언가 이상한 것을 아셨는지 하면서 어색해하는 상황을 제병지휘관이 부대 열중 쉬어” 작게 복창한 듯하고, 큰소리로 부대 열중 쉬엇” 구호를 했습니다. 제병지휘관의 기지가 훌륭했습니다. 이 분의 기지에 상을 준다면 아마도 미기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이야 더 훌륭한 상명이 많지만 과거 같았으면 그랬을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대통령께서 잘 기억하셨다가 명령을 하셨다면 이런 미기는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아시겠지요? 어떤 사회에서나 조직에서나, 팀에서의 미기상은 안정적인 조직과 조직원의 고른 실력이 있으면 잘 볼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모두가 잘 훈련된 기술을 가졌는데, 특별히 미기라고 볼 게 없다는 말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