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4.

허기와 탐식

 

 아브라함에게는 아들이 둘 있습니다. 이스마엘과 이삭이지요. 아브라함은 이삭을 사랑하여 이복 형인 이스마엘을 쫓아냅니다. 그런 이삭을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려 제물로 바치라고 하자 아버지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지시를 따릅니다. 제단의 제물이 될 뻔한 이삭이 하나님을 만나고, 아버지 집으로 갈 수가 없어 산을 내려와 광야를 걸어 만난 사람이 형 이스마엘이라고 저자는 짐작합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한 행위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이삭은 이스마엘 형에게는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추론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비록 어린 날, 형이 쫓겨나 형과의 사귐이 오래 지는 않았지만, 형의 존재를 모를 리 없고, 형의 부재의 이유 또한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좀처럼 방문할 수 없었던 형이었지만, 아버지의 버림을 받은 충격에서 먼저 떠오른 사람은 어머니가 아닌 형이었을 것입니다.

 

 이스마엘의 이름은 ‘하늘이 돌보신다’는 의미입니다. 아버지 아브라함은 그를 버렸지만 하나님은 그를 돌보셨습니다. 이스마엘은 광야에서 살며 활을 쏘는 데 능숙했습니다. 사냥을 하며 살았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이스마엘은 사냥한 고기를 이삭에게 대접했을 겁니다. 거친 광야를 며칠 동안 먹지도 못한 채 방문한 이삭에게 푸짐하게 먹을 고기를 주었을 것입니다. 형 이스마엘은 자기와 같이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은 동생을 보며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아버지 아브라함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고기를 먹으며 이삭은 마음속 깊은 곳에 아버지에 의해 제물이 된 쓰라린 경험을 깊숙이 숨겼을 것입니다. 아무리 먹어도 이삭은 배가 부르지 않았지만 계속 먹었고 먹어도 먹어도 허기를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 이삭을 보는 형 이스마엘의 마음이 아프고 불편했습니다.

 

 이삭에게는 아들이 둘 있습니다. 쌍둥이 에서와 야곱입니다. 에서는 들에서 사냥을 했고, 야곱은 에서와 달리 집에서 소일을 했습니다. 아버지 이삭은 에서를 사랑했고, 어머니 리브가는 야곱을 사랑했습니다. 이삭이 장자 에서에게 고기를 요리해서 줄 것을 요구하며 축복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을 리브가가 듣고는 야곱을 에서로 위장시켜 형 에서가 받을 축복을 동생 야곱이 가로채게 합니다. 아버지 이삭은 에서를 편애했습니다. 애서를 편애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삭은 에서를 보면서 형 이스마엘을 기억했다는 것이 작가의 상상입니다. 아버지 아브라함은 하나님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하나님이 야곱에게 한 약속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에서에게 축복을 내리겠다는 고집을 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축복은 야곱에게 돌아갔습니다. 에서는 야곱을 죽이려고 했고 야곱은 도망을 갔습니다. 이삭은 에서를 편애했습니다. 이삭의 허기와 탐식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짐작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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