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2.

무주이장 2022. 9. 1. 13:47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하갈의 노래: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확인할 수 있는 게 믿음일까?

 

 성경의 구약을 읽으면 공의로운 하나님이란 표현을 하지만, 실상은 징벌의 하나님을 자주 봅니다. 하도 유대인을 사랑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방인의 다른 하나님을 따르는 유대인들에게는 참지 못하고 벌을 내립니다. 창세기에서는 노아의 가족과 노아의 방주에 탄 짐승들을 제외하고는 몽땅 물귀신을 만들어 버리시지요. 소돔과 고모라에는 유황불을 내려 다 타 죽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불타는 성을 돌아보면 그 사람은 소금기둥으로 만들지요. 무서운 하나님이어서 그런지, 저는 이런 하나님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너무 사랑하면 집착이 생기고, 집착이 심하면 탈이 나지요. 전지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이라고 하지만, 저는 원죄 때문에 하나님을 사람의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괴팍한 하나님을 이해하기보다는 하나님을 순종하는 사람들이 믿음을 이유로 타인을 소외시키고 가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태를 보면서 이기적 믿음을 봅니다. 원죄를 가진지라 사람을 비딱하게 보는데, 어찌 그들의 하나님이 제대로 보이겠습니까.

 

 아브라함과 그의 아내 사라는 하나님으로부터 약속을 받습니다. 사라는 그 약속을 믿지 않습니다. 아브라함이라고 믿었겠습니까. 믿지 않았으니 사라가 들여보낸 여종 하갈과 동침하지 않았겠습니까. 두 사람의 계획과 희망으로 생긴 자식이 하갈의 아들 이스마엘이지요. 이스마엘이 태어난 뒤 하나님의 약속이 이루어져 사라도 자식을 낳습니다. 이삭이지요. 아브라함의 적통을 이을 자식이 나왔으니 사라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겠지요.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했나요. 사라는 자기 아들의 재산상속을 나누지 않기 위하여 하갈을 쫓아내고자 합니다. 사라의 요구에 아브라함은 어떻게 했을까요. 사라 뜻대로 하라고 허락합니다. 아브라함은 이스마엘도 아들이고, 하갈도 아내인데, 쫓아내는 것이 슬펐지만 하나님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하갈과 이스마엘을 쫓아냅니다. 지금까지 같이 살아온 세월은 하루아침에 무시되고, 세월이 무시되면 쌓았다고 생각한 정분이나, 인륜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은 굳건해지는데, 하갈과 이스마엘의 믿음은 깨어지고 약해집니다. 이렇게 쫓겨난 하갈과 이스마엘에 관하여 하갈의 입을 통해 전해진 이야기가 이승우의 하갈의 노래입니다.

 

 하갈과 이스마엘이 쫓겨났지만 하나님은 하갈의 울부짖음에 응답하셨고, 이스마엘이 자라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이스마엘과 함께 계셨습니다. 이스마엘은 이삭과 함께 지역을 달리 한 믿음의 아들이 되었을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 성경 밖의 아들, 이스마엘의 이야기를 저는 듣고 싶습니다. 작가 이승우의 이야기에 쉽게 매료되는 이유는 인간의 마음으로 믿음의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난 인간적으로 아브라함과 사라를 좋아하기 어렵습니다. 하갈과 이스마엘에게 눈이 가고 손이 가고 마음이 갑니다. 내 마음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예스24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