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에코리브르 간행2.

무주이장 2022. 7. 26. 13:28

유기농법, 친환경농법, 무농약농법이 설마 레이첼 카슨에서 시작했으려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으면서 제 경험담이 너무 길었던 이유는 제가 농사를 지으면서 농약을 쓰지 않으려 무척 노력을 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섭니다. 저자가 쓴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미국이 한참 분자학 연구에 열광하여 화학산업을 발전시켜서 미국 전역에서 살충제와 제초제 등의 화학제가 만능이라는 맹신에 갇힌 1950년 대입니다. 그 당시 만들어진 DDT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봤습니다. 6.25전쟁 자료화면에는 를 없애기 위해 미군이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하얀 가루를 머리에서부터 붓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구더기를 죽이기 위해 뿌렸던 흰 가루도 역시 DDT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발암물질로 생산과 사용이 금지되었다지요.

 

 살충제나 제초제 등의 유독물질의 피해를 이해하려면 생태학을 이해해야 합니다. 레이텔 카슨이 글을 쓸 당시에는 생태학이라는 학문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살충제 등 유독성 물질의 피해를 자연생태계 전체를 조망하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살충제(제초제)는 없애고 싶은 해충(잡초)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익충(식물)들도 죽이고, 이를 먹이로 하는 새들을 중독시킨다고 먹이사슬을 이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설명합니다. 새라는 천적이 없어진 곳에는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곤충의 저항 시대가 열리며 다시 더 독한 살충제를 필요로 합니다. 유독 물질은 물에도 스며들어 수중 곤충을 없애고, 이를 먹이로 한 연어나 송어가 먹이 부족으로 살지를 못합니다. 산다고 해도 이들도 역시 중독되어 먹이 사슬에 의해 결국 인간에게 피해를 줍니다.

 

 저자는 이런 생태계를 설명하면서 대안을 제시합니다. 선택적 살포를 주장하고 생물학적 방제법도 있음을 알려줍니다. 자연방제법을 이용해 해충에게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방법도 있음을 강조합니다. 덜 위험한 농약을 만들어내는 것뿐 아니라, 비화학적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합니다. 살충제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화학물질로는 DDT, 린데인, 벤젠헥사클로라이드, 나이트로페놀, 방충제 파라다이클로벤젠, 클로로데인, 그리고 이들의 용제가 포함된다고 적시합니다. 이전의 설명에는 헵타클로드, 디엘드린, 엘드린, 파라티온, 헵타클로르에폭사이드, 말라티온, 염화탄화수소류에 대한 피해를 설명했지만, ‘나중에 사과 밭에 쓴 농약의 성분을 자세히 살펴봐야겠구먼’ 추상적일 뿐, 구체적인 정보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판매자가 알려주는 정보에 의해 농약을 구매하는 무주의 많은 농군들이 생각났습니다. 결국 저자는 화학방제를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이 존재한다고 하면서 이들 방법은 방제 대상이 되는 유기체와 이 유기체가 속한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한 생물학적 해결법이 공통점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이제 다시 퇴직을 하면(이것도 길어야 5년 안에는 닥칠 일로 예상됩니다) 무주로 내려가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농사를 크고 많이 짓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밭을 들러 작물들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손을 보겠다는 결심입니다. 단일 작물을 키울 것도 아니고 이 골 저 골 다른 작물을 심어 병해충을 최소화하고, 퇴비를 넣어 땅심을 길러 병에 저항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듯이, 그러다가도 욕심이 생겨 땅을 늘리고 단일 작물로 수입을 갖고 싶고, 그러다 보면 농약에 관심이 갈 것은 또 가능한 미래의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더라도 레이첼 카슨이 목이 아프게 설명한 생태계의 보전을 방해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다짐합니다.

 

 밭 한 귀퉁이에 닭장을 지어, 낮에는 밭에서 놀게 하고, 저녁에는 안전한 닭장에서 쉬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은 자꾸 이어집니다. 밭에서 일을 하는 옆으로 닭들이 다니는 그림이 과연 가능할까요. 궁금해서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농사일이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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