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마흔의 문장들, 유지현 지음, 타인의사유 간행 1.

무주이장 2022. 7. 22. 16:42

마흔의 문장들, 유지현 지음, 타인의사유 간행 1.

 

 세상을 살아내기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비단 나만의 고민이 아닌 것이 20대와 30대를 넘기고 나서야 그래도 사는 게 어떤 것이다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유지현은 마흔의 문장들’-서툰 어른을 위한 진화심리학자의 위로의 말들을 책 속에 차곡차곡 쟁였겠지요. 40대의 진화심리학자는 세상살기에 대해 어떤 위로와 충고를 하는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론가로서의 얘기에 진지하게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은 경험이 일천할 걸, 그리 만만하게 책대로 되지 않을 텐데싱긋 웃기도 했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어디 한 편의 글만으로 정리가 되겠습니까? 유지현처럼 몇 편의 단상들을 이어가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사는 것이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있더냐.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의 일입니다. 아이를 태우고 윗마을에 심부름을 갔다 오는 길이었습니다. 횡단보도 위에 봉고 승합차가 주차되었고 그 뒤에 막 차 한 대가 이어 주차를 했습니다. 운전석에서 남자가 나와 무단횡단을 하다가, 중앙선에서 주춤 서더군요. 서행을 하면서 혹 저 남자 뒤돌아서 올 수도 있겠구나 왼쪽을 보며 차를 운행하는데 오른쪽에서 나풀 머리카락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얼른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아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앙선의 남자가 제 차 쪽으로 오더니 얼른 차를 빼라고 하더군요. 아차 사고구나. 차를 후진했습니다. 아이의 발이 제 차 오른쪽 바퀴에 밟혔습니다. 제 나이 30대 초의 사고였습니다. 첫 인명 사고였고 마지막 사고이길 바랍니다.

 

 30대에 전 계획을 세워 투입 가능한 자원을 이용하면 예측 가능한 산출물이 나온다고 믿었습니다. 운전도 마찬가지이지요.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위험에 대비한 방어운전을 하면 사고는 없다는 확신 같은 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고는 나의 주의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일어났습니다. 저자 유지현은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인간의 두드러진 특성이라고 설명합니다. 계획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확장이 인간 뇌의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죠. 부작용으로는 점점 더 강박적으로 예측과 계획에 매달리게 된다고 하면서도 아무리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더라도 삶의 불확실성은 지워버릴 수 없다고 합니다. 이 말 맞는 말입니다. 경험해봐서 흔쾌히 동의합니다. 그런데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실행,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부작용 방지를 위해 열심히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산다는 것은 유지현의 말마따나 다수의 우연과 그 안에서 간간이 찾아오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우연을 계획할 수는 없습니다. 간간이 찾아오는 선택을 그때마다 계획을 세워 결정한다고 그 결과가 예측대로 나올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제가 불교에 심취했다가 일체가 유심조라는 말에 자신이 없어 모든 일은 하나님이 제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저를 위해 택하셨다는 말에 감동받아 하나님을 믿습니다. 제가 결심해서 한 일 중에 제대로 된 게 몇 개 없습니다. 60년 이상을 살아서 가결산을 해보니 그렇습니다.

이 글은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증정받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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