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산문, 열림원 출간.
김애란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좋아했다. 산문도 그럴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2000년대 초에 발표한 글도 있는 것을 보면 작가의 나이 20대에 쓴 글도 있었다. 40대의 글을 찾아봤지만 2018년의 글이 가장 최근인 것 같았다. 초판이 2019년 인쇄되었다고 하니 30대의 글이 가장 최근이다. 내가 60을 넘겨서 그런지 그녀의 글에서 호기심을 가질 것이 별로 없었다. 아마도 다른 작가의 작품집에 수록한 글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작가가 소개한 다른 작가도 그렇게 깊이 알고 있는 작가는 아니었다. 글에 공감이 가지 않았다.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김애란의 책은 두 권이었다. 하나는 짧은 소설, 칼자국이었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엄마의 칼자국이 패인 음식으로 자신이 성장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딸을 가진 엄마는 행복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다음 펼친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을 기대했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이 응축된 글은 눈에서 어른거릴 뿐,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나는 젊은이들과 격리되었구나 스스로를 애처러워했다.
‘잊기 좋은 이름’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저 늙은 독자의 흐린 눈동자만 탓했고, 젊은이를 공감할 수 없는 말라버린 마음이 원망스러웠다. 글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좋은 글을 종내 읽지 못하는 고집스러운 늙은이를 탓하게 되었다. 이것도 김애란이 내게 준 현실인식이리라 생각하고 중간에 책을 덮기로 했다. 177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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