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지음, 더숲 출간

무주이장 2022. 7. 13. 13:32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지음, 더숲 출간

 

경제학은 가치중립적인 학문일 리가 없습니다

 

 지은이 이창민 교수는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일본에서 있다가 2014년 한국외국어대학교로 오셨다고 합니다. 201971일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 규제 이후 한일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무역전쟁의 승패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국뽕과 친일, 혐오를 뺀 냉정한 일본 읽기라는 부제를 봐도 저자가 어떤 의도로 글을 썼는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은 경제를 이해하는 사회과학입니다. 많은 이론들이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미래의 경제를 예측, 예상하기도 하고, 경제정책을 분석하고 제시하기도 합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정부의 부서는 어떤 경제이론에 경도된 사람이 맡는가에 따라 부자를 위한 정책이냐, 서민을 위한 정책이냐가 판가름 납니다. 말로는 모든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경제정책의 노림수는 직접적 수혜자가 있게 되니까요. 국가 간의 경제적 경쟁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내린 경제정책이 그저 가치중립적이거나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무시하는 태도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 말이 길었습니다.

 

 일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아볼 수 있는 책으로 쉽게 읽혀서 좋았습니다. 과거 일본 경제가 발전하게 된 배경과 화려했던 과거가 왕년의 일로 변하게 된 역사적 사실들, 그렇게 만든 일본인들의 성향에 대한 알 수 있었습니다. 소니가 워크맨을 히트시키면서 궁극의 수준까지 소형화하는 기술에 매달렸다가 컴팩터 디스크가 출현하면서 소니의 워크맨 초소형화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설명과 부랴부랴 새롭게 개발한 CD플레이어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시장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소니는 적응할 틈이 없었다는 설명은 우리나라 LG가 스마트폰 시장을 무시했다가 호되게 당한 일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세상일은 역사가 현실로 나타나는, 과거가 재현되는 원형의 전설이 있음을 또 확인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 영유권 다툼으로 일본이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의 국유화를 발표했고, 이에 중국 정부는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희토류의 90%를 중국에서 수입하던 일본은 중국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되었고 중국에 의존해 온 GVC(WTO체제하에서는 운송 비용과 거래 비용의 절감을 위해 상품의 생산 프로세스를 세분화해서 각각의 생산 공정을 여러 나라에 걸쳐 행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중간재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전 세계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GVC를 형성했다) 무역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WTO에 중국을 제소하는 한편, 수입처를 다변화하여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55%까지 낮추었고, 그 결과 희토류의 국제 가격이 하락하면서 중국은 2015년 수출 규제를 철회하였지만, 5년 동안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본 기업이 감당해야 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일본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는 말을 분명히 했습니다.

 

 저자는 이어 201971일 일본 정부의 갑작스러운 수출 규제 발표는 우리 정부와 시민들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하면서 수출 관리 강화 차원이라는 일본 측의 설명과는 달리, 이 소식을 접한 한국 정부와 언론은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노골적인 보복 조치를 취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는데, 당시에는 전문가조차 수출 규제의 정확한 의미와 성격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 결과 과도한 우려와 억측이 확대 재생산되기도 하였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일본산 제품을 수입할 때 불확실성이 조금 증대한 정도라면, 당시에 우리가 그렇게까지 호들갑스럽게 반응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설명하면서 수출 규제 사례가 시장을 이긴 적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일본 기업이 한국 수출을 하기 위하여 한국 현지에 공장을 신설하거나, 제3국에 생산 시설을 옮겨 수출 규제를 우회하거나,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 있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시장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러면 일본 정부가 한 수출 규제(저자는 일본 정부의 조치는 일본산 제품의 수입의 불확실성이 조금 증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로 인해 우리 기업이 입은 피해는 없었을까요?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첨단 소재 3품목 수출 규제 역시 양국 기업들의 노력으로 사실상 무력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따로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2019년부터 시장 다변화, 또는 현지화, 제3 우회수출, 국산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니까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하여 수출 규제를 한 것은 경제적 공격이 분명합니다. 이에 대하여 일본 기업과 우리 정부와 우리 기업이 어떻게 대처했기에 일본 정부의 경제적 노림수가 있는 공격이 실패했는가를 설명하고 그 공격이 애초에 장기적으로는 무리였다는 설명을 하는 것이 옳은 논점이 아니었을까 하고 읽는 중에 반감이 조금 들었습니다.

 

 경제학 개론을 배울 때 제일 먼저 전제하는 말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생각하는 합리적 인간을 전제로 어떻게 경제적 판단을 할 것인가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국제 정치에서나 국내 정치에서나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합리적 인간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은 나중에 배웠습니다. 일본을 알고 일본을 이겨내는 경제학을 가르치는 좋은 교수님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일본에 대해 감정 빼고 읽었고 그래서 일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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