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눈물-자영업자-이기혁, 상도북스 간행
제가 다녔던 전 직장의 회장님은 종이 대리점을 하셨습니다. 벽지 제조공장에 원지를 판매하는 일이었지요. 열심히 뛰어다니시며 영업을 하셨겠지요. 영업은 사장님이 하시고, 경리직원을 한 사람 두고 있었습니다. 자금난에 봉착해 본인의 담보능력은 소진되었고, 경리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직원은 고민이야 없진 않았겠지만, 자기 집을 담보로 제공하였다고 합니다. 25살, 고향 창녕을 떠나 처음 시작한 사업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50대 중반까지 종이 대리점을 하셨습니다. 이런 분을 제가 어떻게 아는가 하면, 이 분이 대리점을 접고 건설 시행사를 하시면서 대관업무를 하는 사람이 필요해 이런저런 과정 끝에 제가 이 분을 도울 기회가 생겨서 알게 된 것입니다.
“서 부장, 내가 이 사업을 하면서 실패하면 이 세상을 떠나겠다는 절박감으로 죽기 살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성공한 거다.” 다행히 아파트 분양이 순조롭게 되면서 회식 자리에서 자랑 겸 안도의 말씀을 하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종이 대리점을 할 때 같이 일했던 경리직원도 시행사의 경리이사로 보직 변경을 했지요. 아마 건설 시행사로 전업을 하지 않았다면 담보로 제공한 직원의 집은 공중분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누구도 쉽지 않은 결심을 한 이 직원은 지금도 시행사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게 의리겠지요? 이 직원은 회사의 미분양된 아파트를 계약하여 입주를 하였습니다. 부족한 분양금액의 일부는 회사에서 빌려줬고, 아마도 회사는 돌려받을 생각 없이 대손 처리를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받은 은혜가 있으면 갚는 것이 인간의 도리입니다. 옛이야기 속의 까치도 은인을 위해 종을 자기 머리로 들이받아 보은을 했다지 않습니까. 부디 이 두 분의 의리가 지속되길 바랍니다.
저의 라떼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저자 이기혁의 동업자들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대출로써 가게를 어렵게 유지할 때, 이기혁이 물었다고 합니다.
“자영업이 힘들지 않으냐고, 만약 취직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자영업 그만하고 취직하고 싶지 않느냐?”
저자의 질문에 대하여 그들의 답은 무척 심플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영업만 생각했기 때문에 취직엔 관심이 없다. 지금도 그랬고 앞으로도 영원히 자영업자로 살 거다. 우리 가게도 분명히 살릴 수 있을 거다. 아니 꼭 살려낼 것이다. 다만 아쉬운 건 우리의 방법이 틀린 것이라면 죽을 노력을 다해서 고칠 수 있는데 우리가 노력할 수 없는 부분이라 너무 힘이 든다. 그 때문에 너무너무 힘이 든다.”
저자의 책 앞에는 ‘망해도 다시 도전한다는 일’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자영업을 상징하는 저자의 말이겠지요. 그러나 자영업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직장에서 실패하고, 쫓겨나고, 명예하고는 전혀 무관한 명예퇴직을 당한 직장인도 다시 직장을 구합니다. 다시 도전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이고 권리이고 생존 조건입니다. 피할 수 없는 굴레입니다. 이 운명에 도전하는 모습에 우리는 웃고 울고 감동합니다.
저자가 세 번의 창업과 두 번의 폐업을 경험하고도 글 속에 처참함이나 우울함, 서글픔 등이 보이지 않는 것에 저는 놀랐습니다. ‘아 저게 젊음의 힘이구나.’ 부러웠습니다. 많이 실패하시고, 많은 자영업에 도전하시면서 경험을 늘리길 바랍니다. 그게 자본이 되고 밑천이 되어 결국은 성공할 것이라 믿습니다. 정말 믿습니다. 처음 시작한 회장님의 이야기를 마저 들려드리겠습니다.
25세 시작한 사업이 한 때, 잘 나간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저 고만한 사업체라 늘푼수가 없어 위기에는 다시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부동산 투자도 했지만 싸다고 지방에 산 땅은 버려졌고, 투자금은 묶였습니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졌지만 제대로 투자를 못한 것이지요. 그 경험이 쌓여 땅은 비싸도 수도권에 사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고, 경기도 용인 어느 지역의 땅을 계약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도금과 잔금은 대형 건설사에서 시공권을 주는 조건으로 빌렸고요. 이 회장님이 건설사에서 돈을 빌려 제일 먼저 한 일이 서울 강남 요지에 있는 고급빌라를 사서는 입주부터 했답니다. 목숨 걸고 하는 사업, 좋은 집에서 사업을 구상하고, 진행하겠다는 결심이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아파트 사업이 고비는 있었지만 무난히 분양이 성공하여 사업이 결실을 맺었습니다. 약 15년 남짓을 모시고 같이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월급쟁이는 그런 성공을 못합니다. 자영업으로 시작하여 실패를 경험하며 배운 지식이 늘어나야만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성공입니다. 꼭 돈이 다는 아니지만, 성공은 돈으로 환산되어 표현됩니다. 위 회장님은 제가 있을 동안 매출액 1조 2천억 사업을 성공시켜 4천 억을 벌었습니다. 회사를 수도권 외곽인 천안으로 옮겨 조세감면법을 활용하여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세무서는 2년 남짓 악착같이 세금을 받아내려고 했지만, 우리는 잘도 방어했지요.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탈세가 아닌 절세였습니다. 이후 조세감면법의 해당 조항에서 건설 시행사업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법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삼성만 법을 바꾸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저자 이기혁 씨의 앞날에도 제가 말씀드린 회장님 같은 성공을 기원합니다. 저는 세 번의 창업과 두 번의 폐업을 경험한 저자의 경험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어떤 말인지 직접 보았습니다. 성공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저자는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단 성공하시더라도 인간의 품격은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PS : 82쪽 위에서 일곱 번째 줄 마지막 단어 수요증에 붙은 접속사에 오류가 있는 것 같고, 102쪽 네쨋 줄에서는 탈자가 있는 듯합니다.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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