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눈물-글로써 먹고 산다는 일- 작가, 이송현, 상도북스.
세상을 살아내는 일에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있겠는가. 그래서 ‘피땀눈물’이라는 글제를 내고 자본주의 체제를 성실히 악착같이 살아내는 직업군 중에서 한 분씩 글을 모아 책을 엮은 것이리라. 그런데 작가라니? 작가가 창작의 고통을 겪는다는 것은 자주 들은 이야기라 그럴듯하지만, 피땀눈물을 흘려야 먹고살 수 있을 줄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뭐, 피땀눈물이 가득 묻은 글이 들어가 있겠지 생각하며 책을 열었다. 세 권의 책 중 자영업자, 아나운서 편보다 먼저 책을 연 까닭이다. 어떤 비장한 글이 있을까?
그런데 글이 유쾌하다. 재미지다. 왜 그런가 하고 글을 따라 읽어가다 보니 알 듯도 하다. 작가는 ‘재밌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내 글의 목적은 ‘다 함께 재밌자’이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재미’는 책을 읽는 이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는 말이다. 작가는 꼰대같이 이것저것 간섭하는 것을 회피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작가가 ‘써 내려간 스토리텔링 안에서 어린이 친구들이 삶의 태도를 배웠으면 하고’ 바란다. ‘웃픈’ 이야기에 열광하는 인간이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글을 쓰는 직업이 왜 피땀눈물범벅일까? 너무 엄살을 떠는 것은 아닐까?
어제 시청 환경과에서 회사의 환경시설물 점검을 왔다. 목재를 가공하면서 발생하는 톱밥을 먹어서 보관하는 여과집진시설에 대한 점검이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여과집진기를 설치하면 설치허가와 가동 시 가동 신고를 하여야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시설은 매일 사용량을 일일보고서에 기록하여 보관하여야 하고, 분기별로 집진기의 이상 여부를 자가측정이라는 이름으로 외부 용역기관에 의뢰하여 상태를 점검하고서, 시청 환경과에 보고를 한다. 우리 회사는 문제가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옆 공장의 집진기가 적발되었다. 경찰에 고발 조치되었고, 경찰의 조사 후 사법처리가 된다고 한다. 아마도 벌금이 제법 많이 나올 듯하다. 이야기를 간단히 한다면서 설명이 길었다. 지난번 시청 점검 때는 우리 공장으로 착각하고 조사를 피했던 옆 회사에 집진기의 설치와 행정조치를 할 것을 충고했다. 공장의 사장은 집진기를 설치했다. 그런데 비용이 많다는 이유로 일부 시설의 설치를 거부하고는 가동을 했다. 설치 회사는 이런 상태에서 시청에서 설치허가를 받아 주었다. 가동 신고는 하지 않았다. 그게 이번 점검에서 지적이 된 것이다. 설치 후 가동 신고를 하지 않았고, 설치 기계의 문제점이 노출된 것이다. 당황한 옆 공장 사장의 푸념이다.
“애초 집진기 설치를 않고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었다.” 사장의 말에 대꾸는 못하고 혼자 생각했다.
‘그래, 제 멋대로 하려고 사장을 하지. 직업병이다. 벌금을 내고도 달라지지 않을 걸.’
사장의 직업병은 무법이다. 법이 뭐가 중요한디? 내가 법이다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 않다면 왜 사업을 하냐고 생각한다. 안하무인, 고집불통이다. 그들은 함부로 직원들을 대한다. 회사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규모가 자랑할 만하면 그럴수록 사장은 직원을 종 부리듯 한다. 노예제가 없어진 지 언젠데? 하며 수긍을 못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법이 살아있는 직장을 다니는 근로자의 비율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렇다고 사장이 마냥 좋은 직업도 아니다. 아마도 사장이 무법인 이유는 강한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한 자기 보호책일지도 모른다. 그 점에서는 사장도 피땀눈물범벅이다. 나의 경험으로는 나는 죽어도 사장을 안 할 것 같다. 그 엄청난 스트레스가 사람을 망치니까.
그렇다면 작가의 피땀눈물은 무엇이었을까?
첫째, 글로써 직업을 삼기 위한 과정에서 작가들도 두려움에 뜬다.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일은 오롯이 혼자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쓰다가 막힐 때, 그래서 멘탈이 바스러질 때, 인생을 걸고 무모한 베팅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떨더라. 구직 과정이 인생을 걸고 무모하게 베팅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라는 점에서 작가의 두려움이 크게 느껴진다.
둘째,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더라도, 작품을 빠꾸 맞는 일이 생긴다. 어엿한 작가라고 해도 자기의 글에 대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직장인의 긴장감을 능가하리라 짐작된다. 직장은 어떤 경우에는 묻혀 가지 않던가.
셋째, 작가도 글에서 소개하지만, 한 권의 책은 작가란 직업을 가진 자가 피똥을 쌀 듯 말 듯해서 겨우겨우, 간신히, 천신만고 끝에, 세상과 조우하는 결과물이다. 이런 결과물을 꾸준히, 성실히,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까무러치는 사람들도 많다.
넷째, 작가는 몸이 튼튼해야 한다. 책상에서 글을 쓰는 것, 타자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육체노동이라는 것은 청소년 시기 시험공부를 해본 우리들은 모두 안다.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를 직업병으로 달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들은 산재 보호를 받을까?
이렇게 정리하니 작가의 피와 땀과 눈물이 조금은 짐작이 된다.
그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놀고도 먹을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데 동의한다.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PS : 148쪽 위에서 네 번째 줄 첫 단어에 오타가 있는 듯합니다. 탈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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