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과학으로부터 배우는 생존 전략
지구에서 과학을 하는 생물 종은 인간밖에 없다. 과학이 인간의 진화 과정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과학하기가 유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과학하기는 아직 완벽하지 못하므로 잘못 사용될 수 있다. 과학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다. 과학에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 자신의 오류를 스스로 교정할 줄 안다는 것이 하나의 특성이다. 또한 모든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또 다른 특성도 있다. 그리고 과학하기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첫 번째는 신성불가침의 절대 진리는 없다는 것이다. 가정이란 가정은 모조리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 과학에서 권위에 근거한 주장은 설 자리가 없다. 두 번째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주장은 무조건 버리거나 일치하도록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코스모스의 682쪽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위의 얘기로 귀결된다고 생각했다. 핵무기를 통한 전쟁 억지라는 아이디어는 과연 과학적일까? 우크라이나의 신나치 세력을 퇴치하고자 특수작전이라며 전쟁을 일으킨 푸틴의 권위는 인정될 수 있을까? 선거에서 표를 얻을 수 있다며 이대남 주장을 중심으로 갈라치기를 한 윤석열과 이준석의 가정은 선거에서 이겼다고 하여 옳았던 가정일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무리 생활을 통해 진화했으므로 상호동반자적 관계에서 기쁨을 누리고 상대방을 보살피고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의 본성은 무리 생활을 통한 진화의 당연한 결과이고 이러한 진화의 과정에서 우리 마음에는 희생의 정신이 깊이 새겨졌다고 설명한다. 상대를 없애려는 모든 태도는 진화에 역행한 행동이라는 말이다.
우리 손에 모두 다섯 개의 손가락이 달려 있는 것은 인간이 데본기에 번성했던 지골이 다섯 개인 어류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란다. 인간의 진화과정을 보면 모순적인 우리의 모습을 이해할 수도 있을 듯하다. 비록 기분도 안 좋고, 수용하기도 껄끄럽지만, 그게 과학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정치인들이 생명을 건듯한 싸움을 하면서도 말로는 공존과 발전, 화해와 협력을 말하면 우리는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을 듯하다. 폴 맥린이 제시한 도발적인 학설에 의하면 인간 뇌의 고차원적인 기능들이 크게 세 단계에 걸쳐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뇌간의 상단부를 모자처럼 뒤덮고 있는 영역을 R-영역이라 부르는데 이 부위는 수억 년 전 인간이 아직 파충류였던 시기에 발달했다고 하는데 말하자면 악어의 두뇌가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R-영역은 변연계가 둘러싸고 있는데 바로 이 부위가 포유류 시기에 생긴 뇌라고 한다. 이 변연계는 수천만 년 전 인간이 포유류이고 아직 영장류로 되기 이전 시기에 발달한 부위이다. 끝으로 뇌의 가장 바깥 부분인 대뇌 피질이 영장류였던 시기에 생긴 부위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방인과 외계인에 대한 적개심을 갖거나, 내 편과 네 편을 구분하여 죽이고 싶을 정도의 격렬한 분노를 갖고 싸우는 것은 악어의 뇌가 시키는 것이고, 상호 동반자적 관계를 회복하길 원하고 상대방과 연대하며 서로를 보살피고 사랑하려는 마음은 그게 생존에 더 효율적이라는 영장류의 대뇌피질이 시키는 생각이고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치인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미워지지만 진화의 차이라면 연민의 정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때 우주 한 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성장해,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된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호소한다. 모든 주장이 과학의 이름으로, 과정의 검증을 통하여 권위에 빌붙지 않은 주장이라 공감한다. 우리 사회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추상적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갈릴레이와 코페르니쿠스와 숱한 과학자들이 실험과 검증을 통하여 세상을 이해했던 방식이 시민사회에 두루 퍼져 소모적인 고함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칼 세이건의 부재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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