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우리가 평등을 얘기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1

무주이장 2022. 4. 27. 14:32

우리가 평등을 얘기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1.

 

 플라톤주의자들과 그들의 기독교 후계자들은 지상의 세계는 때 묻고 골치 아픈 곳인 반면에 천상계는 완벽하고 신성하다는 특이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지구가 근본적으로 하나의 행성이라는 사실을 거부하고 우주 시민으로서 지구인의 위상을 망각한 채 살았다. 지구가 하나의 행성이며 지구인은 우주 시민이라는 생각은 피타고라스 이후 3세기가 지난 뒤 사모스 섬에서 태어난 아리스타르코스(Aristarcos)에서 시작한다.

 

 아리스타르코스는 태양이 행성계의 중심이고 모든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주장한 첫 번째 인물이었다. 별들도 우리의 태양과 같은 존재일 것으로 생각한 사람도 아리스타르코스였다. 그는 태양을 별들의 반열에 가져다 놓은 장본인이다. 눈앞에 손가락을 세워놓고 처음에는 왼쪽 눈으로, 그리고 다음에는 오른쪽 눈으로 손가락을 본다면, 멀리 떨어져 있는 배경에 대하여 내 손가락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손가락이 눈과 가까울수록 그 움직이는 듯한 거리가 크다. 이러한 시선 방향의 차이에 따른 겉보기 움직임의 변화, 즉 시차(視差, parallax)를 통해서 손가락까지의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 내 두 눈 사이의 간격이 넓으면 넓을수록 손가락의 겉보기 위치는 그만큼 더 많이 이동한다. 관측이 이루어진 두 위치 사이의 거리가, 즉 기선이 길면 길수록 시차가 크게 관측되고, 따라서 더 멀리 떨어진 물체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사람의 두 눈 사이의 간격은 일정하게 고정돼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구는 관측자에게 움직이는 관측대를 제공한다. 즉 지구가 6개월이 지나면 궤도의 정반대 편에 오므로 지구에서의 기선이 실제로 3억 킬로미터까지 확장될 수 있다. 그러므로 별들이 천구에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6개월의 시간 간격을 두고 관측한다면 매우 멀리 있는 천체라도 그 거리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6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별을 관측해보아도 그 별의 시선 방향에는 변화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그 의미는? 별들이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에 비해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별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같은 물체라도 관측자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작게 보인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므로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태양은 더 작고 희미하게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태양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달아난다면 태양이 하나의 별같이 작고 흐린 점으로 보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실험을 처음 시도한 인물은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오니아의 전통을 그대로 따라서, 굵기가 다른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는 동판을 태양을 향해 들고, 어느 크기의 구멍을 통해서 본 태양의 밝기가, 전날 밤에 자신이 보아 둔 천랑성의 밝기와 비슷한지 조사했다. 결과는 태양의 겉보기 지름의 28000분의 1이 되는 구멍으로 본 태양의 밝기가 천랑성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결과를 통해서 천랑성은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보다 28000배 더 멀리 떨어져 있다고 추론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거리를 측정하려면 태양과 천랑성의 원래 밝기가 같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천랑성은 태양보다 원래 더 밝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천랑성까지의 실제 거리는 8.8광년이다

예스24의 이미지를 가져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