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은 지구와 어떻게 다를까? (2)
눈에 보이는 구름층보다 더 높은, 고도 약 70킬로미터 고공에는 작은 입자들로 구성된 옅은 안개가 연속적으로 펼쳐져 있다. 금성에서 고도 60킬로미터까지 구름 속을 파고 들어가면, 농축된 황산 방울에 둘러싸여 있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노릇이다. 더 밑으로 내려가면 구름 입자들이 점점 커진다. 지독한 냄새의 이산화황이 대기 하층부에 미량 존재한다. 이산화황 분자들은 구름 위로 올라갔다가, 태양의 자외선으로 일단 해리되고 해리된 황이 다시 물과 결합하여 황산을 만든다. 황산 기체가 응결하여 황산 액체가 되면 밑으로 가라앉고 낮은 고도에서 높은 열 때문에 다시 이산화황과 물로 분해된다. 이렇게 해서 황 순환의 한 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금성에서는 행성 전체에 항상 황산 비가 내리고 있지만 표면에는 한 방울도 이르지 못한다.
세상을 통째로 태워 버릴 듯 맹렬한 더위, 모든 것을 뭉개 버릴 듯한 높은 압력, 각종 맹독성 기체, 게다가 사위는 등골 오싹한 붉은 기운을 띠고 있어서 금성은 사랑의 여신이 웃음 짓는 낙원이 아니라 지옥의 상황이 그대로 구현된 저주의 현장이라고 하겠다.
금성처럼 지구에도 약 90기압의 이산화탄소가 있다. 기체 상태가 아니라 석회암이나 다른 종류의 탄산염 형태로 지각에 존재한다. 화석 연료를 태우면 석유나 석탄 등 광물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올라간다. 금성은 태양과 가까워 초기 역사에서 이산화탄소의 일부가 암석에서 대기 중으로 분출하게 되었고 이것이 온실효과의 폭주로 이어져서 지금의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 지구의 온실 효과 폭주는 누가 일으키고 있을까? 그러나 인간은 정반대의 측면에서도 기후를 교란시켜 왔다. 숲을 파괴하고 초원을 황폐화시켜 결과적으로 지표에 흡수되는 햇빛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 즉 토지의 사용 양식이 변함에 따라 지구의 표면 온도가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식의 냉각은 극지방에 있는 만년설 지대의 넓이를 증가시킬 것이다. 만년설 지대가 넓어지면 햇빛이 더 잘 반사되어 지구 밖으로 나간다. 그 결과 지구의 표면 온도는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이것이 온실 효과의 또 다른 방향으로의 폭주이다. 급격하게 치솟는 반사도 때문에 지구는 종국에 ‘백색 재앙’의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
칼 세이건의 우려인 '백색 재앙'은 로버트 M. 헤이즌의 '지구이야기'에서도 들을 수 있다.
지구이야기, 9장 (하얀 지구-눈덩이 지구와 온실 지구의 순환)에서 인용한다.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는 미생물에 의해 소비되지만, 동시에 화산에 의해 끊임없이 펌프질되어 대기 속으로 들어간다. 평소에는 이산화탄소의 입력과 출력이 균형을 이루므로 대기 농도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신원생대에 일정 간격으로 조류가 급성장하는 동안에는 이산화탄소 수준이 떨어졌을 것이고, 그래서 온실효과로 인한 온난화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관련된 또 하나의 다소 뒤얽힌 되먹임 고리도 지구의 냉각을 부추겼을 것이다. 7억 5000만 년 전 이후의 시기는 아마도 내륙해가 많은 시기였을 것이다. 내륙해가 많아졌다는 것은 증발과 강우가 늘어났다는 뜻이므로, 결국 노출된 암석의 풍화속도가 빨라졌을 것이다. 암석이 풍화되면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가 급속히 소비되므로, 이산화탄소 수준의 저하가 결국은 지구의 냉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로디니아가 해체되기 직전과 해체되는 동안 대륙과 대양이 놓여 있던 독특한 위치도 지구의 기후를 바꾸는 데에 추가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대양과 육지의 알베도(햇빛을 반사하는 정도)는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더 어두운 대양은 상대적으로 알베도가 낮아서, 태양에너지의 대부분을 빨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점점 더 따뜻해진다. 반대로 메마른 불모의 육지는 훨씬 더 많은 햇빛을 반사한다. 로디니아처럼 건조하고 황량한 초대륙은 입사하는 햇빛 중 많은 부분을 우주공간으로 다시 튕겨보냈을 것이다.
그러한 지구 규모의 과정과 복잡한 되먹임 고리들의 세부사항은 아직도 분석 중이지만, 신원생대 지구가 상대적으로 안정했던 긴 기간을 거친 뒤 큰 변화를 각오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7억 5000만 년 전, 지구는 기후가 전무후무하게 불안정한 기간으로 들어섰다. 그 모두가 잔혹한 빙하기와 함께 시작되었다.’(지구이야기 245-246쪽)
빙하기와 다음 빙하기 사이의 간빙기에 사는 우리는 지금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위해 열심히 화석연료를 태우고 있다. 이런 행동들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를 올릴 것이고 온실 효과의 폭주 현상을 부른다. 이 과정은 금성의 초기 역사에서 벌어진 것 같다. 지구도 겪을 수 있다. 지구는 인류가 사라진 뒤에는 다시 되매김을 시작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가득한 지구에서 산성비는 암석의 풍화를 촉진시키고, 암석의 풍화는 이산화탄소를 급격히 소비하며, 이에 더해 황폐화된 산림지역과 사라진 초원지대는 대량의 햇빛을 반사하여 대기 밖으로 보내면서 지구의 기온은 급격하게 떨어져 눈덩이 지구가 될 것이다. 지금의 지구온난화를 멈춰야 하는 이유를 금성과 지구가 고스란히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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