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은 지구와 어떻게 다를까? (1)
금성은 질량, 크기, 밀도 면에서 지구와 거의 동일하다. 금성은 지구에 가장 가까운 행성으로서 수백 년 동안 우리 지구의 자매로 여겨져 왔다. 지구의 자매는 진짜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보다 태양에 조금 더 가까이 있으니 지구보다 약간 더 따뜻할 것이다. 그렇다면 금성은 싱그러운 여름 기후의 행성일까? 충돌 구덩이들이 금성에도 있을까, 아니면 침식 작용으로 다 깎여 없어졌을까? 화산이 있을까? 산은? 바다는? 그리고 생물은?
금성의 정체에 대한 최초의 단서는 회절 격자 덕분이었다. 보통의 백색광이 슬릿의 좁은 틈을 지나서 프리즘을 통과하거나 회절 격자 면을 비스듬히 비추게 되면 무지개 색깔의 띠가 펼쳐지는데. 이 띠를 분광 스펙트럼 또는 그냥 줄여서 스펙트럼이라고 한다. 1861년 스펙트럼으로부터 화학 성분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로 다른 화학 성분의 물질은 서로 다른 주파수 또는 다른 색깔의 빛을 흡수한다. 따라서 분자나 원소의 종류에 따라 흡수하는 빛의 주파수 또는 파장이 각기 다르다. 흡수하는 빛의 주파수는 감마선에서 전파 대역까지 스펙트럼 어디에도 올 수 있다. 수천억 개의 별들이 내놓은 빛의 무지개에서도 우리는 은하의 화학 조성을 알아낼 수 있다. 천체분광학은 신비의 기술이다,
자연 그대로의 물체들도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전파 신호를 방출한다. 그 중 한 가지 이유는 뜨겁기 때문이다. 고온의 물체도 전파를 낸다는 말이다. 1956년 초, 전파 망원경을 금성 쪽으로 돌렸더니, 금성이 전파를 방출하고 있음을 처음 알게 됐다. 수신된 전파 신호를 분석한 결과 금성의 온도가 매우 높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금성에 대한 실질적 증거는 (구)소련이 실행한 베네라 우주선이 최초로 두꺼운 구름층을 통과해서 표면에 착륙해보니 금성은 타는 듯이 뜨거운 곳이었다. 늪지도, 유전도, 탄산수의 바다도 없었다.
한편 금성도 자전한다. 그러므로 전파 세기 지도에 드러난 무늬가 일정한 주기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할 것이다. 이러한 관측을 반복 수행하면 금성의 자전 주기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 결과다. 금성은 지구 시간으로 243일 만에 한 번씩 자전한다. 그러나 자전의 방향이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는 반대다. 결과적으로 금성에서는 서쪽에서 해가 떠서 동쪽으로 진다. 일출에서 다음 일출까지 지구 시간으로 118일이 걸린다. 금성의 공전과 자전에는 신기한 점이 또 하나 있다. 지구에 가장 근접할 때마다 금성의 동일한 면이 지구를 향한다. 금성이 자신의 공전과 자전을 지구의 공전 운동과 절묘하게 맞추지 않는다면 이러한 일을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직 잘 모른단다.
처음에는 전파천문학을 통해 유추했고 나중에 우주선으로 직접 측정해 확인할 수 있었던 금성 표면의 온도는 가정용 오븐의 최고 가열 온도보다 더 높다. 섭씨로 대략 480도, 화씨로는 900도에 이르는 고온이다. 그리고 표면의 대기압은 90기압에 육박한다. 지구 대기에서 우리가 느끼는 압력의 90배라는 말이다.
가시광선으로 보는 금성 구름들은 실제로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외선으로 사진을 찍어 보면 우아하고 복잡한 형태의 소용돌이가 대기 상층부에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외선 사진으로 측정한 풍속은 초속 100미터, 즉 시속 360킬로미터였다. 금성의 대기는 96퍼센트가 이산화탄소이다. 질소, 수증기, 아르곤, 일산화탄소와 다른 기체들도 각각 적은 양씩 존재한다. 탄화수소와 탄수화물의 양은 전체 대기의 1000만분의 1 이하의 수준이다. 알고 보니 금성의 구름들은 완전히 농축된 황산의 용액이었다. 미량의 염산과 플루오르화수소산도 존재한다. 상층부의 비교적 서늘한 구름 속에서도 금성은 완전히 몹쓸 세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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