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뇌 해설자
다음은 가자니가 교수가 했던 유명한 실험이다. 분리 뇌 환자에게 오른쪽 시야(좌뇌)에는 닭발 그림을, 왼쪽 시야(우뇌)에는 눈이 많이 내린 장면을 보여주면서 여러 그림 중 관련 있는 그림들을 손으로 고르도록 했는데, 오른손(좌뇌)으로는 닭 머리 그림을, 왼손(우뇌)으로는 눈을 치우는 삽을 골랐다. 즉 좌우 각 뇌는 자신의 뇌로 들어온 장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관련된 그림을 고른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런 그림을 골랐는지 물어보면 분리 뇌 환자의 말을 하는 좌뇌는 좌뇌로 들어온 정보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하지만(닭발이 보였으니까 닭 머리를 골랐습니다) 우뇌로 들어온 정보에 대해서는 좌뇌가 알 수 없어서 좌뇌는 다시 그럴듯한 이유를 말하게 된다. 가령 “닭장을 치우려면 삽이 필요하잖아요”와 같은. 비슷한 실험으로 분리 뇌 환자의 왼쪽 시야(우뇌)에 “웃어요”라는 단어를 보여주면 환자가 웃는 행동을 보이는데, 왜 웃냐고 물어보면 말을 하는 좌뇌는 그 단어를 봤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를 만들게 된다. “그냥 당신들이 대단한 것 같아서요. 하하” 우뇌에서 일어난 일을 알지 못하는 좌뇌는 이렇게 보이는 행동이나 사건들, 의식할 수 있는 맥락 정보 등을 이용해 자신의 행동이나 상황을 해석하려 하고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화(作話)를 하게 되는데, 문제는 본인도 이것이 작화인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분리 뇌 환자가 보이는 이러한 행동들이 다소 이상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뇌량으로 좌우 뇌가 정상적으로 소통하는 정상인이라 해도 뇌의 각 영역이 하는 일은 다르지 않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과 도와주기 어렵다는 생각이 공존하고, 화를 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참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같은 사람 안에 여러 마음, 생각들이 있지만 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상황에 따라 비교적 일관된 행동을 드러내는 것뿐이다. 더욱이 뇌량이 온전하다고 해도 자신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해석하는 뇌 영역이 뇌의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정보처리를 모두 알 수는 없다. 의식적으로 접근 불가능한 무의식적 학습이나 기억, 습관은 눈에 보이는 이유가 아닌 뇌에 저장된 정보에 의해 우리의 행동을 유발하며, 단지 우리는 분리 뇌 환자의 작화처럼 이유 아닌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잘못 해석할 수 있다. 어떤 대상이 두려운 이유, 누군가가 좋거나 혹은 싫은 이유, 뭔가를 하고 싶거나 혹은 하기 싫은 이유, 우리가 각자 의식적으로 열심히 생각하는 그 이유의 이면에는 과거 경험에 의해 구축된 단순한 뇌의 작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 아닌 이유로 작화를 계속하게 되면 거짓된 믿음이 공고화돼 스스로를 기만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인용 끝)
저자는 생물학, 신경과학, 신경외과 교수 로버트 새폴스키의 말을 소개하기도 한다.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환상은 자아가 하는 일 중 아마 가장 중요하고도 기만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또한 그는 신경과학자인 소피 스콧 교수는 유전과 환경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한통속이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환경이 우리를 정확히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하는 그 위대한 의문이 해소된 것은 아니며, 우리는 정보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고 소개한다.
저자가 이렇게 자아를 생물학, 신경과학, 신경외과, 인지신경과학 등 자연과학적인 연구결과를 인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저자는 결론 부분에서 ‘우리가 누구인지의 핵심은 사실상 우리가 무력한 상태인 인생의 초기 단계에 설정된다. 생명활동에 의해서 일부는 선천적으로 만들어진다. 내 성격이 정말로 어떤지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들어서 성격을 바꾸기 위해서는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기 시작할 때쯤에는 모든 것이 대부분 결정돼 있다. 우리의 완벽함 모델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충족시키느냐의 상당 부분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신경적 메커니즘에 달려 있으며 우리는 이를 변화시킬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것에 대한 인식과 수용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인식하는 자아는 실상 좌뇌가 지은 이야기일 뿐이라고 인용한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이 나면 간단하겠지만 아직 이야기는 끝난 것이 아니다. 뇌의 활동에 불과한 자아 이야기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양식을 뜻하는 문화는 인간의 자아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로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겠다. 나는 저자의 결론 부분을 제한적으로 소개했다는 것을 알린다. 그의 결론에서 문화에 대한 언급이 없을 수 없다. 다음 글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그런데 글이 몽땅 남의 글이라 이걸 내놓아도 될지 걱정이다.
'매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셀피, 윌 스토 지음, 이현경 옮김, 글항아리 출간(5) (0) | 2022.03.17 |
---|---|
셀피, 윌 스토 지음, 이현경 옮김, 글항아리 출간(4) (0) | 2022.03.17 |
셀피, 윌 스토지음, 이현경 옮김, 글항아리 출간(2) (0) | 2022.03.17 |
셀피, 윌 스토지음, 이현경 옮김, 글항아리 출간 (0) | 2022.03.15 |
45회 이상문학상 우수작,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0) | 2022.03.04 |